'게임 하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대처법

머니투데이 김현숙 맘이랜서 대표 | 2014.12.18 06:14

[모두다인재 교육칼럼] 김현숙의 '부모덕 부모탓'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으뜸이 게임이다. 필자의 선배는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정신 못 차리고 게임에 몰두하는 것을 보다 못해 우울증에 걸려 한참을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게임회사 로고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화가 치민다며, 대한민국 게임회사들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한탄을 늘어놓는다.

아닌 게 아니라 게임 때문에 한 두 번 고민해보지 않은 부모가 없을 정도로, 게임은 확실히 부모들의 골칫거리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접속의 시대에 게임을 무조건 강제로 막는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확실한 게임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장려하면서도 셧다운제니 사행성 보드게임 규제니 온갖 규제책을 동원하는 모순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게임이 정말 사회악인가에 대해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 게임 때문에 대학입시를 망쳤다고 생각하는 부모라면 게임이 '웬수'겠지만, 출퇴근길 잠시나마 캐주얼한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대로 필요한 일상의 유희거리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게임은 누구든 피할 수 없는 유혹이라는 점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필자 역시 인터넷이 뜨기 이전, 온라인게임도 활성화되기 이전에 디스켓 수십 장에 해당하는 게임을 기어이 PC에 설치해놓고 시스템이 버벅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총질을 해대며 유혈이 낭자한 거리를 밤새 활보한 시절이 있다. 그렇게 밤을 새워 게임하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충혈된 눈과 후회 한 자락.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원 없이 해본 다음 끊었다. 게임은 게임일 뿐, 내가 사는 세상은 그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후로도 게임을 가끔 즐기지만, 즐기는 그 이상을 넘어간 적이 없다. 누구나 대체로 이렇다. 게임 때문에 고민이 큰 부모 입장에서는 안일하게 보일 지 모르나, 필자는 유소년, 청소년기에 게임에 몰두하여 밤을 새거나, 그로 인해 시험을 종종 망치는 경우까지도 흔히 있을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게임 하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해서 게임중독이라고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피곤해 하면서도 기어이 학교에 늦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등교한다면 이는 걱정할 일이 아니다. 게임을 결국 놓지 못해 이래저래 시험성적이 내려가고 그것 때문에 자책의 모습을 보인다면 이 역시 걱정할 일이 아니다. 보통의 아이들은 어느 순간 정도를 넘어섰다 싶으면 자각을 통해 결국 스스로 균형을 잡기 위한 자기통제능력을 멋지게 발휘한다. 부모가 모르는 우리 아이들이 이처럼 마음속으로는 누구보다도 자기 걱정을 미리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게임이 원수가 아니라,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점을 수용하고,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다 보면 결국 대부분은 제 자리에 돌아온다는 점을 믿고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게임 하는 아이를 보며 무작정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고, 거기에 잔소리를 즉흥적으로 더 하는 것은 거의 효과적이지 않다. 게임 하지 않을 때, 아이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엄마의 '노파심'을 이성적으로 전달하고, 게임을 하다가도 스스로 일상으로 돌아와 자기 할 일을 하는 아이라는 점에 믿음을 표시하는 기술을 발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게임에 집중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다른 신체활동, 여가활동을 만들어서 관심을 분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편, 어른이 되어서도 특별히 취업할 의사가 없이 부모 곁을 맴도는 '니트족'이나,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사회문제화 된 지 꽤 되었다. 여기에 자주 함께 등장하는 문제가 게임 중독이기도 하다. 그러나 니트족이나 은둔형 외톨이의 유일한 친구가 게임이 되었을 순 있어도, 청년실업 이면의 이런 사회병리현상의 주범이 게임이 아니라는 점은 부모들이 더 일찌감치,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게임 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내 아이의 진짜 고민과 욕구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 조력으로 도움을 줄 사람은 오직 부모밖에 없다. 역시 부모의 길은 어렵고도 어렵다.

◇김현숙 대표는…
㈜안랩 창립멤버로서 안랩 내 주요 사업 책임을 거쳐 안랩중국법인 대표, 동그라미재단 사업책임자를 끝으로 소셜벤처 ㈜맘이랜서를 설립했습니다. 엄마를 돕는 소셜협력 네트워크 맘잡고 플랫폼을 바탕으로, 여성 전문인력 교육 및 일하는 엄마 아빠를 위한 일·가정 양립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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