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퍽퍽, 눈물로 깨진다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 2014.12.15 09:06

<35> ‘고드름’, 박경희(시인)


그래, 사나흘 눈이 원도 한도 없이 푹푹 나렸지. 전국이 꽁꽁 얼어붙고 도시에도 칼바람이 휭휭 불어왔지. 나도 연일 기침을 해대며 종종거렸지. 내 새끼들도 춥지나 않을까 감기 걸리지나 않았을까 전화를 걸어대곤 했지. 주고받는 안부마다 감기 조심하세요가 인사였고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선술집으로 가기 바빴지. 뜨듯한 국물과 소주 한 잔에 첫눈이라는 조금의 낭만과 세상살이의 혹한을 섞어 마시고 저마다 종종걸음으로 이른 귀가를 하곤 했었지. 그렇게 사람들은 추위를 잘 건너가고 있는 줄 알았지.
그런데 어느 곳에서는 어미와 떨어져 그리움과 추위에 울다 떨다 고드름같이 얼어간 강아지를 생각한 이도 있었던 것. 날 풀리고 두둑 녹아내리는 고드름 눈물로 마음 졸인 시인아, 그대가 아니면 누가 있어 그리움에 얼어붙은 저 어린 강아지의 울음을 대신 울어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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