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국세청이 제약사들의 상품권 사용 내역을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법인카드로 구매한 상품권을 누구에게 줬는지 밝히라는 것이 국세청의 요구다. 국세청이 기업의 상품권 사용내역까지 확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제약사들이 처방의 대가로 의사들에게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은 전통적인(?) 리베이트 영업 방식이다. 제약사들이 누구에게 상품권을 줬는지 밝힐 리 만무하다. 추가 세금을 아끼려다 자칫 리베이트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어서다.
결국 제약사들은 상품권 사용금액의 38%를 세금으로 낼 공산이 크다. 세금 액수로는 각사별로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고, 규모가 작은 제약사의 경우 몇 년치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내놔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중소형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단속을 무릅쓰고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생계형 리베이트'가 많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남들이 안할 때 리베이트 영업을 하면 손쉽게 시장을 뺏어 올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진 것이다.
최근 수년간 대형제약사들의 시장점유율은 감소했고, 이 자리를 중소형 제약사들이 차지했다. 대형 제약사의 영업력이 더 강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결과다. 일각에선 중소형 제약사의 경쟁력이 강화됐다기보다 불법 리베이트 효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영업 관행이 지속된다면 제약사는 국세청의 호갱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 제약회사 주머니에 털 먼지가 가득한데 국세청이 이를 내버려 둘리 만무하다. 제약업계 스스로도 이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국세청의 단골 호갱에서 벗어날 지 말지는 결국 제약업계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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