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조차 '대부업' 오해받은 이 직업은...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 2014.12.21 06:30

[직딩블루스 시즌2 "들어라 ⊙⊙들아"]스타트업 투자담당 벤처캐피털…'매의 눈'으로 세상 바라봐야

편집자주 | '⊙⊙'에 들어갈 말은, '상사'일수도 있고 '회사'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선배 후배 동료 들도 됩니다. 언젠가는 한번 소리높여 외치고 싶었던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독백형식을 빌어 소개합니다. 듣는 사람들의 두 눈이 ⊙⊙ 똥그래지도록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저희 아버지는 한때 제가 대부업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계실 정도였습니다. 투자할 스타트업의 자금 흐름을 알아보기 위해 세무서에 연락했더니 어디서 전화했냐고 물었습니다. 벤처캐피털이라고 하자 '아 캐피털이요. 요새 A기업이 많이 힘든가 보네요'라는 말도 들었죠."

요즘 젊은 창업자들은 자신들이 제2의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친다. 반면 이들 가운데 옥석을 골라내야 하는 벤처캐피털 심사역은 어떤 직종보다 냉정하고 까탈스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업무처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오해 아닌 오해를 받을 때도 적지 않다.

누가 더 재능있고 가능성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항상 '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 봐야 한다. 저마다 자신의 서비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투자를 요청하지만, 이들 기업 중 10년 후에 살아있을 기업은 극히 드물다. 해마다 창업하는 스타트업 중 절반 정도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현실에서 섣불리 투자를 결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너무 신중을 거듭해도 문제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다음은 B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의 고백이다. 그에게 투자를 요청한 한 스타트업은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템으로 눈길을 끌었다. 제대로 된 마케팅을 시작하기도 전 입소문만으로 이용자가 꽤 늘었던 서비스다. 누가 봐도 괜찮은 아이템이었지만 그는 막판 투자를 포기했다. 사업 아이디어 자체는 신선했지만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판단했던 것. 하지만 이 스타트업은 다른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받았고 지금은 회원수가 1000만명을 바라보는 실력 있는 벤처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투자를 포기했는데 그 이후 성공한 스타트업을 지켜보는 일은 투자한 기업이 폐업하는 일 다음으로 속상한 일"이라며 "선데이토즈도 초창기에는 여러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거절당한 바 있다는 사실에 위안으로 삼는다"고 털어놨다.

투자 결정을 위해서는 해당 서비스나 사업에 대한 잠재 고객들의 반응도 중요하다. 30~40대 직장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라면 스스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20대나 40대 이상이 이용하는 서비스라면 이와 연관된 사람들에게 직접 경험담을 들어봐야 한다. 투자하기 전 어머니나 부인, 조카들에게까지도 많은 조언을 구한다. 경험하지 못한 시장을 상상하고 투자를 결정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도 심사기준이 제각각이다보니 모두가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두 곳에서 거절당했다고 낙담하지 말고 자기를 알아주는 투자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기준 케이큐브벤처스 이사는 "투자를 결정할 때보다 거절한다는 통보를 알리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며 "우리에게 거절당한 것이 사업 아이템이 부실하거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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