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China Story] ‘중국영화 전문가’ 육성 집중해야

머니투데이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2014.12.09 07:33
최근 우리 영화 관련 기업이나 펀드에 중국자본들의 투자 타진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의 관심은 우리나라 영화시장에서 성공하겠다는 게 아니다. 중국에 같이 가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고 중국에서 대박을 내겠다는 거다. 이들의 발걸음이 갈수록 빨라지는 것은 그만큼 중국 영화산업의 성장이 폭발적일 거란 방증이다. 하긴 필자가 지난해 상하이 한·중포럼에 갔을 때도 투자자의 질문은 예상과 달리 ICT(정보통신기술)보다 영화와 콘텐츠에 집중됐다.

중국 영화산업이 본격 성장할 것으로 보는 이유 세 가지를 꼽아보자.
첫째, 개인소득 향상으로 그동안 눌려있던 문화, 특히 영화수요가 분출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낮아졌다 해도 성장률 7% 전후면 우리나라의 2배다. 7% 성장이 지속되는 한 중국의 개인소득 증가도 빠를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1인당 소득이 6700달러, 2020년엔 1만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게다가 알다시피 중국인구는 14억명으로 우리나라의 거의 30배. 따라서 최근 1~2년 전부터 영화인구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고 보면 중국 영화산업은 이제 막 가파른 성장기에 진입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둘째, 중국정부의 강력한 영화산업 육성의지도 중요 이유다. 과거 중국정부의 영화에 대한 생각은 인민들의 사상교육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영화를 소비진작을 위한 핵심산업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상하이국제영화제(6월14일)를 앞두고도 영화관 건설투자, 영화제작에 대한 세금감면 등 우대조치를 잇따라 발표하기도 했다.

셋째, 온라인-모바일을 통한 영화산업 확대 가능성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i리서치에 따르면 온라인(모바일 포함) 동영상시장은 앞으로 영화관시장보다 성장세가 배 이상 빠를 거라고 한다. 영화관시장이 연 20% 성장이라면 40% 이상 성장할 거란 얘기다. 최근 알리바바와 탕쉰, 중국의 양대 IT(정보기술)업체가 중국 간판급 영화사 화이슝디와 손잡고 영화배급에 나서기로 한 것도 온라인플랫폼의 영화공략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영화시장의 폭발력은 얼마나 되나. 중국 영화시장은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지난해 흥행수입만 217.7억위안(약 4조원)이고 올핸 그보다 30%가량 많은 5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아직 미국 영화시장의 약 절반(미국영화 상반기 수입 6.4조원)이지만 지금처럼 연 30% 성장이면 3~4년 후 미국시장을 뛰어넘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대략 중국영화 55~60%, 수입영화는 40~45%로 중국영화가 많지만 합작도 중국영화로 계산하기 때문에 중국 영화산업 진출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미국 할리우드를 비롯, 전세계 영화산업이 중국시장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중국요소를 가미한 '중국시장 공들이기'도 경쟁적이다. 대표적 성공사례로 '쿵푸 팬더' '아이언맨3' '트랜스포머4'를 꼽는데, 특히 '아이언맨3' 중국판에선 원판에 없던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물론 중국 영화시장은 워낙 커서 성공하면 대박이니 이해할 만도 하다. 지난해 1위 '몽키킹'(西遊記之大閑天宮)은 1700억원, 올해 1위가 예상되는 '트랜스포머4'는 개봉 첫날만 314억원을 벌었고 총 2000억원 이상의 수입이 예상된다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중국 영화시장의 뜨거운 성장을 배경으로 최근 중국자본의 우리나라 영화업계와 투자업계 방문이 잦다고 한다. 업계 당사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지만 일부에선 문화주권, 노하우 유출을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물론 걱정하는 건 항상 일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적자에다 펀드 결성도 잘 안 되던 게 영화산업의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 기회를 활용해서 어떻게 우리 영화산업을 흑자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수출역군으로 키울 것이냐다.

예컨대 조만간 결성이 예상되는 '한·중 영화공동펀드'를 계기로 민간 공동펀드가 활발할 수 있도록 영화수출에 세금혜택을 부여한다든지 역량 있는 초기제작사에 대해 과감한 '제작R&D펀드'(예: 민간투자 1 대 정부지원 9)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초기제작사는 영세해서 갑을관계에 늘 끌려다니다보니 영화가 대박이 나도 수입은 거의 없다. 능력 있는 제작사, 감독, 작가를 중국에 뺏기지 않으려면 이들 육성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물론 중국 영화시장, 쿼터 등 규제시스템 등에 대한 교육, 영화수출 전담기구 설립도 필요하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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