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 센 외로운 방에 ‘텐트’ 쳐주는 산타들

머니투데이 부산=이경숙 기자 | 2014.12.06 08:34

[이웃집 산타]<2-1>3년째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에 난방텐트 기부하는 회사

편집자주 | 해마다 성탄절이면 아이들이 기다리는 존재, 산타. 정말 산타가 있을까? 장난감, 과자 따위 안겨 주는 가짜 수염 붙인 산타가 아니라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산타가 진짜 산타라면, 그 산타는 우리 이웃에 산다. 평범한 얼굴, 평범한 직업으로 살지만 힘들고 외로운 이웃을 보듬는 우리 이웃집의 진짜 산타들을 찾아 소개한다.

부산시 사회적기업 바이맘의 김민욱 대표, 장진권 전략기획본부장이 2년간 난방텐트를 지원한 한 독거노인댁을 방문해 난방텐트를 치고 돌아가고 있다.

창문이 훅 밀렸다. 부산 앞바다에서 불어온 바닷바람이었다. 부산시 동구 수정동 고갯길, 김 모 할머니(78)의 집에 들어서자 방바닥의 냉기가 발바닥을 타고 찌르르 올라왔다. 먼지 한 톨 없이 단정한 집안 풍경은 집주인의 직업이 주는 선입견을 깼다.

“부산역 고물상에 갖다 주면 종이 1키로(kg)에 60원, 고철 1키로에 100원 받는다. 궁둥이 붙일 적이 없다. 저녁 때까지. 그카해도 하루에 한 2500원, 5000원 받나.”

거실 탁자에 놓인 도시가스요금 고지서가 눈에 들어왔다. 7110원. 김 할머니는 “난방을 때지 않는다”고 했다. 할머니는 침대 앞에 펼쳐 둔 룸텐트 안으로 들어가라며 손짓했다.

“난방 애낀다고 방바닥이 차다. 추븐데(추운데), 요리 들어와라. 요고 한 개 딱 펴고, 전기장판 딱 켜면 따시다. 요롷게 앉아서 (룸텐트) 문 열고 텔레비전 보다가 추브면 문 딱 닫으면 바람 안 들어오지.”

지난해 겨울 한창 추위 때 할머니가 낸 도시가스요금은 월 3만 원이었다. 친구들이 와서 할머니의 룸텐트를 보고 “어디서 났냐, 나도 좀 얻게 알려다오” 했지만, 할머니는 “공짜가 어딨노?”하고 일언지하 잘라버렸다고 했다. “안 살까봐.” 그러니까 할머니한테 ‘공짜로’ 텐트 쳐준 사람들한테 폐가 될까봐 그랬다는 것이다.

찬바람 맞으며 종일 일하고 돌아온 할머니에겐 난방비 걱정 없이 편히 따뜻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가장 큰 ‘선물’일 터.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집 200여 곳에 그러한 공간을 선물한 산타들이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대행까지 포함하면 모두 3200여 빈곤가구에 선물을 전달했다. 부산시 예비 사회적기업 ㈜바이맘과 임직원 11명이다.

부산시 사회적기업 바이맘의 김민욱 대표, 장진권 전략기획본부장이 2년간 난방텐트를 지원한 한 독거노인댁을 방문했다.


◇품절 풀리는 날엔 구매희망자 몰려 접속장애

바이맘은 2012년 5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청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설립됐다. 주식회사이지만 미션이 일반 주식회사와 다르다. ‘에너지빈곤 문제 해결’.

창업 3년차인 바이맘은 미국 탐스슈즈 같은 '기부회사'다. 탐스슈즈처럼 매출이 기부와 바로 연계되어 수익이 적어도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기부가 일어난다. 바이맘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억 원. 출발기의 사회적기업으로는 적지 않은 규모다. 성공할 수 있을까?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동로 부산디자인센터에 자리 잡은 바이맘 사무실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에서 시끌시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책상이 빼곡히 찬 좁은 공간에서 직원 7명 모두가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제품 배송을 위해 지하 물류창고에 있는 직원 3명 빼고는 전 직원이 고객 전화를 받고 있던 셈이다.

하필 그날은 품절됐던 난방텐트가 재입고된다고 미리 공지했던 날이었다. 그러자 일시에 구매희망자가 몰려 바이맘 사이트가 접속장애를 일으켰다. 빗발치는 고객들의 전화 문의에 직원들은 구두로 구매안내를 하느라 바빴다. 매출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부산시 사회적기업 바이맘 사무실.


◇원단,바느질 등 품질로 차별성...'텐트의 전설' 영입

김민욱 바이맘 대표(37)는 “저희 제품을 구매하신 분들은 저희가 아무 것도 드리지 않는데도 블로그나 지인을 통해 저희를 홍보해준다”며 “매출목표가 아니라 생산목표를 세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희 난방텐트 구매희망자가 생산량보다 많습니다. 근데, 주문이 는다고 생산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습니다. 원단에 3주, 봉제에 한 달은 잡아야 합니다. 여름부터 미리 만들어 올 겨울에 7000개를 팔 예정이에요. 그 이상 못 팝니다. 원단, 바느질 품질을 유지하려면요.”

김 대표는 “우리 제품이 중국산이나 원단이 싼 다른 제품보다 비싸지만 그건 저소득층에 기부하기 때문이 아니라 원단, 폴대(지지대), 바느질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난방텐트는 실내에 펴놓고 쓰는데다 그 안에 들어가서 잠을 자면서 호흡하잖아요. 유해물질이 배출되지 않고 항균성, 보온성이 높은 원단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함께 원단을 개발했는데, 그걸 만들어줄 수 있는 제작사가 흔치 않아요. 노스페이스 원단을 제작하는 회사를 겨우 뚫어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산량을 크게 늘린 지난해, 품질관리에 어려움이 왔다. 김 대표는 친구한테 고충을 털어놓다가 우연히 ‘텐트의 전설’이라 불리는 노장이 은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찾아가 ‘삼계탕’을 대접하고는 무릎을 꿇고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텐트 생산관리경력 30년의 노경석 이사(63)는 그렇게 바이맘에 결합했다. 노 이사는 새터민 출신 청년, 장애인 청년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생산관리 전문인력으로 키우고 있다.

바이맘의 노경석 이사(맨왼쪽)와 김민욱 대표(맨오른쪽)이 생산관리 파트 직원들과 포즈를 취했다.부산시 사회적기업 바이맘에선 새터민 청년, 장애인, 노인 4명을 포함해 총 11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에너지 문제 해소하는 '산타'

바이맘의 목표는 여름에도 에너지 빈곤층을 도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장수영 포스텍 교수의 자문을 받아 태양광 패널로만 작동되는 초소형 에어컨을 개발하고 있다. 에너지빈곤층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냉방비 안 들이고 시원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게 개발목표다. 이게 개발 되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들은 쾌적한 공기를 선물하는 ‘여름 산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바이맘의 '겨울 산타' 활동에 동참하려면 소셜펀딩 와디즈(www.wadiz.kr)사이트에서 바이맘 룸텐트를 주문하면 된다. 이익금은 지난해 기상관측 이래 최대 폭설로 피해를 입은 강릉 지역 에너지빈곤층에 난방텐트로 기부될 예정이다.

장진권 바이맘 전략기획본부장은 "눈이 많이 오면 에너지빈곤층의 주연료인 땔감과 연탄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며 "폭설로 고립될 위험이 높은 산골의 어르신들한테는 난방텐트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탄 대신 텐트' 에너지빈곤층을 위한 기부 제안

연탄 기부가 줄었다. 2014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전국의 연탄은행에 들어온 연탄후원량은 11월 말까지 208만여 장으로 지난해 401만 장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1장당 313원의 연탄값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연탄 생산 과정의 유해성, 소비과정의 온실가스 발생 등 반환경성 때문에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지난 11월 21일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회는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 탄원서에서 연탄 생산단지 인근 주민들은 "연탄 소비량 중 가정 사용량이 30%에 그치는데도 '서민 연료'라는 명목으로 생산업체에 지원금을 주는 건 취지에 어긋난다"며 "인근 주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연탄생산 지원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연탄 지원이 끊기면 빈곤가정은 당장 추위로 내몰린다. 빈곤층은 일반가정보다 연탄, 석유 등 경제성 낮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연료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011년 에너지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연탄, 석유 사용률은 각각 5%, 20.1%로 200만~300만 원 이상 가구의 2배를 넘었다. 가스보일러나 전기제품을 쓸 형편이 못 되는 탓이다.
바이맘 룸텐트

소득 대비 에너지소비의 비중은 저소득층일수록 높다. 소득 1만 원당 에너지소비지출비용을 나타내는 에너지소비지수는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가 500만~600만 소득 가구의 5배가 넘는다.

사회적기업 바이맘(bymom.org)은 '연탄 대신 텐트', '비용 지원 대신 투자 지원'으로 빈곤가정을 돕자고 제안한다.

김민욱 바이맘 대표는 "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 구입비에 쓰는 에너지 빈곤층이 국내에 130만 가구로 추산된다"며 "이들에게 연료 등 일시적 비용을 지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난방텐트, 방한공사 등 반영구적인 설비 투자를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육성과정을 통해 육성된 사회적기업 바이맘은 그동안 현대차 그룹, 한국남동발전, 현대엔지니어링, 라이온스클럽, LG전자와 함께 빈곤가구 3000여 곳에 난방텐트를 보급한 바 있다.

바이맘은 8월 몽골을 방문해 현지 저소득가정에 20개의 실내용 외풍차단 텐트를 기증하고 현장을 답사했다. 사진 맨 오른쪽이 김민욱 바이맘 대표. 몽골빈곤층은 영하 30~40도 혹한에 고통 받는다./사진제공=바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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