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닫아도 시장 안가요"…소비만 증발한 유통규제 함정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민동훈 기자 | 2014.12.04 06:10

[위기의 대형마트]유통 규제에도 전통시장 장사안 돼…무리한 보상금 요구에 신규투자도 급감

/사진=뉴스1


# A대형마트 김정민(46·가명) 점장은 의무 휴업일을 앞둔 매달 둘째·넷째 토요일이면 편두통에 시달린다. 매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인데 오후 5∼6시만 되면 신선식품 매대가 휑하니 비기 일쑤여서다. 일요 의무휴업 시행 초기에는 팔지 못한 신선식품을 털어내느라 안간힘을 썼지만 요즘은 금요일과 토요일이면 의레 발주량을 50% 이상 줄이고 있다. 사실상 문을 닫는 일요일 외에 하루 더 매출이 빠지는 셈이다.

김 점장은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재고가 많으면 남아서 손해이고, 재고가 부족하면 팔지 못해 손해"라며 "의무휴업이 과속 방지턱처럼 살아날 듯한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말했다.

# 워킹맘 이지나씨(36·가명)는 대형마트에 갈때마다 카트가 넘치도록 장을 본다. 원래 매주 일요일 대형마트에서 생필품을 구입했지만 의무휴업이 시행된 이후에는 2주치 물품을 한꺼번에 산다. 넉넉히 구입해도 충족이 되지 않는 물품이 많지만 부족한대로 버틴다. 이씨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다고 전통시장을 찾아 쇼핑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며 "대형마트 쇼핑 횟수가 줄어든 만큼 한달치 생활비도 줄었다"고 말했다.

유통 규제가 본격화한지 3년이 지나면서 곳곳에서 내수 부진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일요일 의무휴업과 신규출점 규제 여파로 3년 연속 마이너스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소비자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매출이 빠진 만큼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이 살아난 것도 아니다. 소비자들이 아예 지갑을 닫아 내수 소비만 쪼그라드는 상황이다.

◇대형마트 규제에도 전통시장 장사 안 돼…소비만 증발=3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0년 23조9000억원이던 전통시장 매출 규모는 2011년 22조1000억원, 2012년 21조원, 2013년 20조7000억원 등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는 19조7000억원, 내년에는 18조7000억원으로 매년 1조원씩 더 감소할 전망이다.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던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했는데도 정작 전통시장은 썰렁함 자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는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쇼핑몰이나 편의점, 중형 슈퍼마켓으로 소비가 흩어지는 상황"이라며 "아예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도 많아 대형마트 매출 감소분은 대부분 그대로 증발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1차원적 발상에서 출발한 규제를 이제는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면서 내수시장을 살리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도한 규제 아래서 유통업체 스스로 악화된 내수시장을 헤쳐나가는 것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며 "3년 연속 마이너스 실적을 받아든 유통산업이 보내는 골든타임 신호를 놓치면 내수시장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몰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리한 보상금 요구 골머리…유통업계 "투자하기 겁난다"=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유통산업발전법이 바뀌면서 대형마트 신규출점이 꽉 막힌 것도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들어선다고하면 지역을 막론하고 전통시장, 일반상가 등 상인연합회가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신규 출점 과정에서 전통시장 상인과 갈등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생기금 요구는 기본이고, 아예 협상을 거부하고 무조건 시간 끌기 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수백억원을 투자해 부지를 매입하고도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대형마트 사업장이 전국적으로 수십곳에 달한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사업지 반경 1㎞ 이내 전통시장 뿐 아니라 상권이 전혀 겹치지 않는 상인들까지 몰려와 돈을 요구하니 사업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서울 정도"라며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데 규제에 발이 묶여 일본처럼 장기 불황을 맞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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