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교육'으로 혁신 지속하는 스웨덴

머니투데이 비스비·고덴버그·룬드·말뫼·스톡홀름(스웨덴)=조철희 기자 | 2014.12.06 07:58

'스웨덴의 힘' 대학교육 경쟁력 해부 <下> 다양성 존중하는 차별화된 교육환경

스웨덴 말뫼대 인터랙션 디자인 석사과정의 한 재학생이 연구개발 중인 과제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사진=조철희 기자
전세계 주요국 고등교육의 질을 평가한 '유니버시타스(Universitas 21) 랭킹'에서 1인당 GDP 대비 기준으로 올해 1위에 오른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또 코넬대 존슨경영대학원과 인시아드, 세계지적재산권기구가 함께 발표하는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올해 3위에 올랐다. 한국은 각각 30위와 16위에 그쳤다. 이 두 지표를 통해 강소국 스웨덴이 창의적 교육으로 경제 혁신을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니투데이는 스웨덴 국가홍보기관인 스웨디시인스티튜트의 초청으로 스웨덴 대학 교육의 혁신성과 경쟁력 등을 현지 취재했다. 솔루션 발굴 프로젝트형 교육방식으로 글로벌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는 앞선 보도(본지 11월29일자 13면 참조)에 이어 이번에는 혁신적 교육방식을 가능하게 한 차별화된 교육환경을 소개한다.

스웨덴 고덴버그대 캠퍼스. /사진=조철희 기자
◇개성·의견 존중에 아이디어 샘솟아=스웨덴 남부 말뫼대학교의 영어연구학부 교환학생인 이근아씨는 유학을 시작한 이후 연일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료 학생들과 교수들의 태도가 한국과 몹시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정원 20명 중 유일하게 외국인이 이씨뿐인 연극 연출 수업에서 스웨덴인 학우들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거침없이 말했다. 이들은 이씨에게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했고, 이씨의 생각도 요구했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대화로 함께 몇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담당교수는 학생들끼리만 하는 실습과 자신이 지도하는 실습을 번갈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충분히 재량을 줬다. 이씨에게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틀릴지도 모르는 것을 말하는 데 극도로 경계하는 한국 문화를 잘 알고 있다"며 "자유롭게 생각을 말해도 좋다"고 조언했다.

이씨가 스웨덴어를 못하기 때문에 19명의 스웨덴인 학우들은 실습과 토론을 모두 영어로 진행했다. 따뜻한 배려에 이씨는 생각보다 쉽게 적응해 갔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활발하게 의견을 말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며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한국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원칙이 지켜지는 시스템. 각자의 개성과 의견이 모두에게 존중 받는 문화. 다양성을 추구하는 개방적 환경. 이같은 토대 위에 자리 잡은 스웨덴 대학들의 캠퍼스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것은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니클라스 트라나에우스 스웨디시인스티튜트 마케팅매니저는 "스웨덴 대학교육의 추구 가치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도 다르다"며 "학생 개인에게 많은 재량을 주고, 그들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하고, 다른 이들과의 토론을 통해 그 생각이 커 나가도록 돕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룬드대 캠퍼스. /사진=조철희 기자
◇'다른 사람'과 '함께' 하기=토론이나 회의 때 모든 참여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스웨덴 대학 문화에서 매우 당연한 일이다. 여러 의견은 꼭 합의에 이른다. 긴 시간의 토론 때문에 일 처리 속도가 늦어질 수 있지만 실용적인 프로세스로 이를 만회한다. 각자의 의견이 명확히 밝혀지기 때문에 중요한 실행에 있어서는 오히려 결정이 더 빠르다.

각자의 생각들은 반드시 팀이나 그룹에서 공유되고 발전된다. 팀·그룹 활동 중심의 교육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실무 능력을 쌓도록 함도 있지만 개인만이 아닌 공동체의 번영을 사회적 우선 가치로 합의한 스웨덴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말뫼대학교의 인터랙션 디자인 석사과정의 경우 여러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팀을 이루고, 공동 작업을 통해 디지털 기술과 인간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팀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기업, 공공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이 과정이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가장 중요한 커리큘럼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팀을 통해 학습하는 과정에서 교수는 권위적인 지도자나 전문가가 아니라 팀 구성원의 일원으로 참여한다. '공부를 조금 더 한 학생'으로 역할을 자임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교수법(methodology)이나 프레임(frame)으로 학생들을 못 박지 않고, 그들의 자유로운 생각과 체험적 실천을 위해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학습 공간을 만들어 놓고 있다.

스웨덴 대학 학생들은 하나같이 "교수들과 언제든 소통할 수 있다"며 "교수에게 질문하거나 대화하는 데 복잡한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개방적인 교수-학생 관계는 문제해결 과정에서 보스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하기보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함께 결정하는 스웨덴의 문화가 교육 현장에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발트해 섬도시 비스비에 자리 잡은 웁살라대학교 고들란드캠퍼스. 이 학교 지속가능경영 석사과정에 유학 중인 독일인 리디아 베버씨는 "교수의 일방적 강연보다는 작은 그룹에서 이뤄지는 '뮤추얼 러닝'(mutual learning·상호적 학습활동) 등이 스웨덴 대학교육의 큰 장점"이라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 실제로 사회에 나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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