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수재들도 '호갱'되는 마케팅…주식시장에서도?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4.12.07 09:30

[행동재무학]<75>들러리 효과(decoy effect)와 비이성적 선택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호갱’이란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일컫는 말로 보통 제품이나 서비스를 비싼 가격에 사거나 가격 대비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부른다.

고객을 속인다는 측면에서 ‘호갱’ 행위를 나쁘게 보지만, 사실 경영학 마케팅에선 오래전부터 ‘소비자를 기업이 원하는 대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법’이 깊이 연구돼 왔다. 즉, ‘고객이 (기분 나쁘지 않게) 스스로 호갱(?)이 되도록 유도 하는 법’이다.

최근 이동통신회사의 스마트폰 판매와 관련해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호갱’용 마케팅 기법들을 대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쉽게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한 예로, 마트의 상품 진열에도 소비자의 구매를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 반영돼 있다. 그리고 신문이나 잡지 구독 권유에도 ‘호갱’(?) 전략을 찾아볼 수 있다.

듀크 대학 심리학 및 행동경제학 교수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그의 베스트 셀러 『Predictably Irrational』에서 영국의 저명 경제 매거진인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어떻게 구독 호갱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3가지 구독 옵션은 아래와 같다.
△인터넷: 연간 59달러
△종이신문: 연간 125달러
△인터넷+종이신문: 연간 125달러

그런데 이 3가지 구독 옵션을 보면 이코노미스트가 바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왜냐하면, 종이신문만 보는 것과 종이신문에 인터넷까지 포함된 구독료가 서로 똑같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책이 쓰여질 때와는 조금 달라졌다)

그렇다면 이코노미스트는 왜 바보처럼 종이신문 옵션을 굳이 넣은 걸까? 그 이유를 애리얼리 교수는 MIT의 MBA학생들을 상대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통해 보여 줬다. 먼저 이코노미스트의 3가지 구독 옵션을 보여주고 선택하게 했더니 MIT학생들 가운데 16%는 인터넷 구독을, 84%가 인터넷+종이신문 옵션을 선택했다. 당연히 아무도 종이신문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제 두 번째 실험으로 MIT학생들에게 △인터넷 59달러와 △인터넷+종이신문 125달러 2가지 옵션만을 보여줬더니 놀랍게도 68%와 32%씩 선택했다. 종이신문 옵션을 없앴더니 MIT학생들은 인터넷 구독을 더 선호했다.

결국 이코노미스트가 엉뚱하게 종이신문 옵션을 집어넣은 이유는 인터넷+종이신문 옵션을 더 좋게 보이도록 해 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게 유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종이신문 125달러 옵션이 △인터넷 59달러 옵션보다 회사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 일간지인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도 구독 호갱 행위를 하긴 매 한가지다. 아래 그래픽을 보면 인터넷 옵션인 All Digital Access에 비해 종이신문까지 끼워주는 Home Delivery의 구독료가 더 싸다.

뉴욕 타임즈 구독 옵션/출처=뉴욕 타임즈
세상의 어느 누구가 더 비싼 All Digital Access를 선택할거라 생각하고 뉴욕 타임즈는 이 옵션을 집어넣었을까? 뉴욕 타임즈도 이코노미스트와 똑 같은 방식으로 구독 ‘호갱’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나 뉴욕 타임즈가 바보라서 엉뚱한 구독 옵션을 집어넣은 게 아니다. 엉뚱하게 보이는 옵션을 집어넣음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회사가 원하는 옵션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넣은 것이다. 마케팅에선 이를 들러리(decoy) 효과라 부른다.


그런데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엉뚱한 들러리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합리적 선택을 바꿔선 안 된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렇지 못한 게 비일비재하다. MIT수재들도 들러리에 영향을 받아 대거 인터넷 구독에서 인터넷+종이신문 구독으로 선택을 바꿨으니 말이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들러리 효과로 자신의 투자 선택을 비이성적인 쪽으로 변경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주식투자자들은 성장성(growth)과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 가운데 각기 다른 선호도를 갖고 있는데, 예를 들면 성장성을 선호하는 투자자는 구글(Google) 주식에, 높은 배당을 선호하는 투자자는 인텔(Intel) 주식에 각각 투자한다.

그런데 한 재무학 연구에 따르면, 엉뚱한 들러리로 인해 주식투자자들이 자신의 선호도를 비이성적인 쪽으로 바꾼다고 나타났다. 먼저 아래의 Stock A와 B를 보면 Stock A는 성장성이 높고 Stock B는 배당수익률이 높다. 따라서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한 투자자 군(clientele)은 Stock A에, 또 다른 군은 Stock B를 각각 선택한다.

△Stock A: 장기 성장성 20%, 배당수익률 2%
△Stock B: 장기 성장성 10%, 배당수익률 7%

그런데 여기서 엉뚱한 들러리 Stock C를 아래와 같이 집어넣어 보자.

△Stock A: 장기 성장성 20%, 배당수익률 2%
△Stock B: 장기 성장성 10%, 배당수익률 7%
△Stock C: 장기 성장성 8%, 배당수익률 4.5%

그런데 새로 들어간 Stock C는 장기 성장성과 배당수익률 모두 Stock B에 비해 열등하다. 따라서 Stock C가 들어간다고 해서 종전의 투자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그런데, 들러리인 Stock C가 들어가면서 Stock B가 더 좋게 보여 지면서 그 영향으로 종전에 Stock A를 선택했던 사람들이 Stock B를 선택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엉뚱한 들러리를 집어넣어 사람들이 성장성 보다는 배당수익률을 선호하게끔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이성적인 사람은 어떤 들러리에도 현혹돼 자신의 합리적인 결정을 뒤집어선 안 된다. 그런데 현실에선 많은 보통 사람들이 엉뚱한 들러리에 현혹당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호갱’ 행위에 당했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조건 하에서 최적의 선택을 했다고 뿌듯해 하고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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