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심리학 인기와 감성적 세상

머니투데이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2014.11.28 07:37
과거와 비교하면 오늘날 심리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실로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심리학에 눈길을 주거나 심리학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흔치 않았다. 심리학은 그저 변방 학문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우리 사회 도처에서 심리학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드높다. 대중매체에서 보이는 관심도 그러하거니와 기업체를 포함해서 다양한 형태의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이나 대학진학을 꿈꾸는 학생들 그리고 일반인들도 심리학적 지식과 기술을 요구한다.

심리학의 위상이 이렇게 달라진 데는 무엇보다 사회적 상황의 변화가 기여한 바가 크다. 1990년도 전후까지 우리는 자신이 처한 외부상황에 거의 압도되어 있었다. 경제적으로는 생존의 문제가 존재의 문제보다 여전히 더 절박했고, 정치적으로는 소위 독재-반독재나 민주-비민주세력 간의 투쟁이 치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알아보는 일은 엄두를 낼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요동치던 시대가 가고 적어도 정치적으로 안정되면서 차츰 우리는 자기를 이해하고 싶은 욕구에 직면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심리학도 여러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처럼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지만 그 나름의 학문적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 심리학은 인간 마음의 작동원리를 매우 다양한 수준에서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가령 한 개인의 행동을 그 사람의 성격과 같은 개인적 수준, 그가 관계하는 사람이나 그가 속한 집단 차원의 수준, 더 크게는 그가 살아가는 사회의 문화적 수준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심리학적 설명은 매우 풍부하다. 또한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심리학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학의 분야는 방대하다.

한 편으로는 심리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큰 관심이 매우 고무적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러한 관심이 결실 없이 그저 관심으로만 끝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우려가 그저 기우로 끝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리학자, 대학교와 같이 그들이 속한 기관, 그리고 심리학적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조직의 협업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심리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관계로 학문적 추상성이 매우 높은데, 이러한 지식을 주어진 문제에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학습과 훈련의 과정이 필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모습은 고객들에게 심리학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기관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사설기관들이 이러한 일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꽤 많은 대학교가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수강할 수 있는 강좌나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그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앙대학교는 심리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심리서비스대학원을 올해 신설했다. 임상상담심리학과 더불어 범죄심리학, 안전과 리더십 및 코칭심리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이와 관련된 업무의 종사자들이 자신이 하는 과업에 심리학적 토대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어 보인다.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꽤 많은 문제를 떠안고 있다. 그러한 문제의 처음과 끝에는 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그에 대한 좀 더 현명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뿐인가. 우리는 좀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과 같이 지금보다 심리적으로 좀 더 나은 상태를 꿈꾼다. 사람들의 이러한 소망에 답을 제공할 사람은 다름아닌 심리학자들이다. 심리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요구에 심리학자들이 제대로 부응할 때 심리학은 하나의 견실한 사회과학으로 이 사회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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