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흡연에 담당 기관과 시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인 명동 등을 방문하는 시민들은 담배연기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관할하는 중구청 등은 언어소통과 외국인이란 특성상 단속이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날 1시간에 걸쳐 서울 중구 남대문로길 일대와 시청·청계천·광화문 광장 일대를 다니며 살펴본 결과 중국 관광객들의 흡연이 곳곳에서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연 표지판이 없는 명동 로데오 일대는 관광객 흡연이 더 심했다. 금연구역이 아니라 중국어로 된 금연표지판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어로 된 금연구역 표지판은 큰 효용이 없어 보였다. 대로나 골목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관광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담배 꽁초가 수북히 남아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금연 지킴이가 있는 청계 광장은 상대적으로 나았지만 이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선 흡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 옆에서 담배를 피던 중국관광객에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는 손짓을 하자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 함께 온 관광객들과 웅성거렸다.
지난 25일 중국 정부가 흡연자들을 강하게 규제하겠다고 나서면서 중국인들은 자국에서 제재 받고 한국에 와서 담배를 마음대로 피우는 모양새가 됐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내 3억명이 넘는 흡연자들을 규제하기 위해 ‘공공장소 흡연 규제 조례안'을 공포하고 모든 형태의 담배 광고 금지, 공공장소 및 건물 내 흡연금지, 영화 및 TV에서 흡연장면 규제, 담배 자판기 금지 등을 검토 중이다.
흡연하는 중국 관광객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쇼핑을 나왔다는 중구 시민 박 모씨는 "길을 가다 관광객들의 담배냄새를 맡은 게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서울시민들은 명동에 관광하러 온 게 아닌데 왜 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관할 구청인 중구 관계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흡연 단속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금연을 계도해야 하는데 말이 안 통해 규정을 중국어로 설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외국인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쉽지 않아 금연 표지를 바닥에 붙이는 등 계도 중심으로 단속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