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화학·방산 매각 어떤 의미? "이재용 시대 뉴삼성 예고"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14.11.26 11:24

이 부회장, 삼성 창업후 첫 대규모 계열사 매각 '승부수'… '선택과 집중' 경쟁력 없으면 버린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삼성그룹이 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사를 전격 매각키로 한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력사업에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의 주력사업은 전자와 금융·서비스, 건설· 중공업 3대 분야로 재편되게 됐다.

특히 이번 매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데다 삼성이 창업된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대규모 계열사 매각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부회장이 이끌고 갈 삼성은 그 이전과는 또 다른 모습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26일 매각이 결정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 화학 업체 계열사가 입주해 있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건물./사진=뉴스1
◇ 삼성, 석유화학·방산 전격 매각 왜?
삼성이 석유화학과 방산 계열사를 전격 매각한 것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끌고 가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삼성의 화학 계열사들은 그동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삼성의 화학계열사는 5곳(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석유화학, 삼성BP화학, 삼성정밀화학)에 이르렀지만 LG화학 1개사의 영업이익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6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전격 합병한 것도 시너지 효과를 높여 반전의 계기를 삼겠다는 취지에서다. 삼성토탈을 통해 파라자일렌(PX)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중국이다. PTA 생산능력이 연간 200만t으로 국내에서는 최대 규모지만 중국 업체들은 한번에 100만t 이상되는 공장을 계속 짓고 있는 상황이다.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래 사업전망이 어두웠던 것이 사실이다.

삼성테크윈 역시 항공기 엔진과 한국형 헬기 사업용 엔진 등을 제작하는 등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업체와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화학과 방산의 경우 삼성이 계속해서 고전해 온 분야 가운데 하나”라며 “인수하겠다는 한화의 의지가 강했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려는 삼성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빅딜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정밀화학이 이번 매각 대상에서 빠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SDI가 생산하는 2차 전지 소재(양극재)를 비롯해 전자부품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전자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고려해 화학 계열사지만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사진제공=각사
◇ 삼성, 창사이후 첫 대규모 계열사 매각… 이재용 시대 삼성은?
이번 매각은 삼성그룹 역사에도 한 페이지를 장식할 사건이다. 1938년 삼성 창업 이후 이처럼 대규모로 계열사를 매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계열사의 사업 일부를 떼어내 매각하는 방식이 주였고 회사를 매각한 경우도 합작을 청산한 것이어서 이번과는 차원이 다르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에도 일부 계열사가 없어졌지만 대부분 다른 계열사가 인수하는 형태로 진행됐다”며 “나머지는 합작 청산에 따라 회사를 넘기는 경우였고 계열사를 외부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계는 이번 매각 결정에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무산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사업재편에 제동이 걸릴 수 있었지만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서 이 부회장의 ‘새판짜기’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설명이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된 후계 시나리오 역시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경영권 승계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를,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와 건설·중화학계열사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광고 계열사를 맡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 화학 계열사를 전격 정리하면서 이같은 시나리오가 말 그대로 시나리오일 뿐이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결국 이서현 사장이 패션과 광고 쪽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 역시 가능성이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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