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쉼없는 '새판짜기'…화학·방산 매각으로 다시 탄력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4.11.26 10:23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 합병무산으로 잠시 제동걸렸던 사업구조개편 '가속도'

/자료사진
삼성그룹이 석유화학과 방위산업 계열사를 전격 매각키로 하면서 사업구조개편 작업에 다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새판 짜기가 잠시 주춤하는 듯한 모양새였으나, 이번 매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기 입원에도 불구하고 삼성 특유의 '시스템 경영'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이 회장이 화두로 제시한 '마하경영'(모든 것을 음속으로 다 바꾸는 혁신)이 그대로 실천에 옮겨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합병은 비전자 계열사로까지 사업 재조정 작업이 확대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은 그룹을 △전자 부문(삼성전자·SDI·전기)과 △금융·서비스(삼성생명·화재·호텔신라), △건설·플랜트(삼성물산·중공업) 등으로 재편하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사업 부문에 대해선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쉼없는 삼성의 '새판짜기' 다시 불붙어= 삼성의 새판짜기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10월 삼성SDS와 삼성SNS가 합병을 결의하면서부터다. 이는 비전자 계열사의 사업 재조정이 본격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삼성은 이후 거의 매달 굵직굵직한 합병 작업을 재빠르게 이어가고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삼성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의 변신이 시작됐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1조원에 인수하고 급식사업을 담당하는 웰스토리를 분사했다. 소재 전문회사로 남게 된 제일모직은 7월 삼성SDI와 합병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꿔 패션과 레저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변신했고, 삼성SDI는 2차 전지와 태양광에 이어 전자소재라는 신무기를 장착했다. 지난 6월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와 삼성메디슨과의 합병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외부 예상을 깨고 합병을 추진했지만, 최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 한도를 초과하면서 계약을 해지키로 했다.

삼성은 합병 재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그동안 추진해온 사업구조재편 작업 중 첫 실패 사례여서 자칫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러나 이번 화학 및 방산 계열사 4곳에 대한 전격 매각으로 다시 재편 작업에 불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 계열사간 인수합병은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계열사간 중복되는 업무를 한 계열사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동시에 시너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일부에서는 건설 부문이 다음 수순이 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제일모직 등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건설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순환출자 연결고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상장통해 '실탄 확보'+지분정리' 계속…후계염두 '이중포석'=인수합병과 함께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자계열사의 경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비전자계열은 삼성물산이 중심이 되고 있다. 금융계열사의 경우 삼성생명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은 삼성전기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을 매입했다. 이어 올 4월과 5월에는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화재 지분 30만주와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사들였다.

삼성물산 역시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204만주를 매입한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할 것이란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은 삼성SDS와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의 상장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특히 당초 삼성SDS는 연말에, 제일모직은 내년 1분기에나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상장 일정이 모두 앞당겨지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으며, 제일모직은 다음달 18일 상장을 예정하고 있다.

두 회사가 상장을 결정한 직접적인 이유는 해외진출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이다. 두 회사 모두 국내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성장 정체라는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삼성SDS는 대기업의 공공사업 참여제한과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발목이 잡혔고 삼성에버랜드 역시 국내는 물론 해외업체의 시장진출로 새 블루오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경영권 승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두 회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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