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는 아이에게 '꽃'으로 말을 걸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4.11.27 06:15

[People] 박여원 도시원예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꽃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열고 치유하는 박여원 도시원예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키도 크고 예쁜 중학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학생은 우울증이 있고 자살까지 생각해 본 적이 있었죠. 학생에게 꽃씨를 가지고 얼굴을 만들라고 했어요. 그리고 나에 대한 대화를 해보자고 말을 건넸죠.”

박여원 도시원예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꽃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연다. 마음을 굳게 닫은 아이에게 마음에 드는 꽃을 고르라고 한 뒤 이 꽃이 무슨 생각을 할지 말해보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 속 생각을 말한다.

앞서 예로 든 우울증에 빠진 중학생도 그랬다. 꽃을 향해 속내를 털어 놓은 아이는 ‘외모 컴플렉스’가 문제였다. 박 이사장은 “아이 엄마가 늘 잇몸이 안 예쁘다고 지적해 아이가 상처를 받고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며 “잇몸 보이는 게 매력이 될 수 있고 생각만큼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아이는 비로소 잇몸을 드러내고 예쁘게 웃었다.

꽃에 대체 어떤 힘이 있기에 마음을 여는 것일까. 박 이사장은 꽃이 생명이며 치유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예는 꽃을 키우고 재주를 부려 함께 나눈다는 뜻이 있다”며 “사람의 DNA에는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서 초록색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폭력을 겪거나 우울증에 빠져 마음이 다친 아이들이 꽃을 통해 소통하는 주요 대상이다. 우울증 점수가 19.25점이었던 아이들의 치유에 나선 적이 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아이들은 심각한 상태였다.

박 이사장은 꽃을 선택하게 한 후 식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 지 털어 놓으라고 말을 건넸다. 아이들은 꽃을 꽉 잡으며 “죽고 싶다”는 식의 부정적인 말만 했다. 박 이사장은 그 마음에 공감해주면서 “물을 잘 줘야 꽃이 잘 자란다”며 다독였다. 수개월 뒤 아이들의 우울증 점수는 정상 수준인 12점으로 낮아졌다.


17년 동안 원예치료사로 일하던 박 이사장은 사회에서 을(乙)의 위치에서 힘들어 하는 동료들을 보다가 지난 2010년 연구소를 세웠다. 그러다 꽃으로 사회에 공헌하자는 뜻까지 더해 지난해 2월 교육부로부터 ‘도시원예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았다.

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원예사를 전문가로 키워 일자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기존에 아마추어로 대접 받던 원예사들을 ‘힐링원예지도자’ ‘창의원예지도자, 창의원예교육지도자’ 등으로 키우는 중이다. 현재 30명 정도의 전문가가 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예전엔 프로그램이 주어진 대로 활동했는데 지금은 직접 사업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여원 이사장이 세월호 참사를 겪은 안산 단원구 주민들을 치유하기 위해 함께 조성한 꽃밭.

박 이사장은 주기적으로 소년원에 찾아가 원생들을 만난다. 그는 공터에다 꽃을 심고 원생들에게 심고 싶은 걸 심으라고 했다. 꽃을 키우기도 하고 라면에 넣겠다고 파를 키우는 원생들도 있었다. 그리고는 밭마다 원생들의 이름표를 크게 달았다.

박 이사장은 “이제껏 숨기고 싶었던 이름을 크게 달아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원예교육을 받은 원생들은 그렇지 않은 원생들보다 문제 행동을 훨씬 덜 일으켰다.

원예를 학교 기본교육으로 만들어 학생들의 마음을 돌보고 싶은 게 박 이사장의 향후 포부이다. 박 이사장은 “꽃이 사치품이 아니라 일상 속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꽃이 아이들을 치유하고 인성을 키우는 기본 교육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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