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톡톡]현자의 돌, 미생의 돌

머니투데이 황인선 문화마케팅 평론가 | 2014.11.29 06:16
오랫동안 막연하게 들으며 흘렸던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 왜 지금 와서 강력하게 끌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엄청난 돌이다. 철학자의 돌, 마법사의 돌이라고도 한다.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영국판은 철학자의 돌)>도 상상의 끈은 사실 여기다.

우주의 근원물질 즉 현자의 돌을 찾으려는 시도는 과학의 시대인 지금도 치열하지만, 신학의 시대였던 중세시대에 연금술사들에게서 먼저 시작된 것이다. 그들이 찾던 현자의 돌은 그 자체가 '가장 완전하고 불변불멸의 물질'이며, 불완전한 것을 완전한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힘이었고 물질이었다.

신과 인간과 사물을 하나의 구조 속에서 설명하려는 그 시도 중에는 금이나 영생 불사의 인간을 만드는 돌팔이 연금술부터 완전한 인간을 향한 승화라는 고결한 연금술 목적도 있었다. 후자들에게 연금술이란 만물의 섭리를 해명하는 것이며 동시에 깨달음에 이르는 종교적인 길이기도 했었다. 그 연금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진정한 연금술사로 꼽히는 인물이 파라켈수스.

1493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평생을 적과 흑 옷을 입은 중세 원숭이들의 음해와 오해 속에 방랑했지만 전통적인 체액설 대신 병은 외부에서 오며 그에 대한 치료술로 동식물이 아닌 수은, 소금 같은 광물질을 이용함으로써 ‘의학계의 루터’, 근대의학과 화학의 선구자로도 불린다. 그는 신비주의와 경험을 믹스하면서 완전한 생명의 창조를 목표로 삼았다. 그 원형이 호문클루스(Homonclous). 인조 생명으로 '작은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그가 호문클루스 생성 방법을 묘사한 한 구절을 재인용하면,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털 글라스로 만든 크고 청결한 용기를 하나 준비하라. 그 안에 초승달일 때 모은 가장 순결한 5월의 이슬을 약 1.8리터가량 부어라. 그 다음엔 건강한 젊은이에게서 채취한 혈액을 두 되 분량 더 넣어라… 4개월이 지나면 펄떡펄떡하는 소리와 생명의 움직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한 쌍의 소년소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년소녀 키는 6인치고 한 살이 되면 자연계의 많은 비밀을 말해준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허황하다고만 느껴질지 모르지만 연금술은 이슬람권에서 고대 그리스의 과학을 보존, 발전시켰던 것이 1096년부터 2백 년 동안의 십자군 운동을 거치면서 유럽에 역으로 수입된 것이고 이것은 이탈리아 르네상스만큼이나 과학 르네상스의 중요한 축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리 허황되지 않다.

나는 문득 ‘현실에서 현자의 돌은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업(業)으로 본다면 대왕 세종에게는 한글, 황우석 박사에게는 배아 줄기세포, 스티브잡스에게는 앱 시스템, 니콜라 테슬라에게는 무선 전신, 조앤 롤링에게는 아이와 마법사 이야기… 이보다는 약한 돌이지만 기업에게는 기술을 욕망으로 바꾸는 브랜드… 글로벌 브랜드들의 막강한 위세에 치였던 한국 마케터로서 나에게는 문화와 마케팅을 연금한 문화 마케팅이 아마 높거나 낮은 수준의 현자의 돌이었을 것이다.

의문은 또 꼬리를 물고 든다. ‘그렇다면 업을 떠나 날(Raw) 인간으로서 지금 나에게 현자의 돌은, 호문클루스는?’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먼저 ‘나는 불완전한 것을 완전한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연금술사로서 나를 꿈꾸고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지난 주 글에 남자들의 수다라를 말했으니 그 심화 버전으로 이제는 현자의 돌을 찾는 연금술사 남자들의 수다라를 말해야 할 것 같은데… 궁금해서 묻는데 혹시 독자님들은 무슨 현자의 돌을 꿈꾸시오? 아직 미생(未生)의 삶이라 미생의 돌만 만지작거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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