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농협 예금인출 피해, 손 놓은 국회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 2014.11.25 15:29

[the300]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겠다."

25일 오전9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농협 예금인출 피해' 사태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김 의원은 "중국 출장 직후여서 미처 파악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농해수위 의원들 대부분도 무관심했다. 이날 오전 국회 본청 5층 복도는 세월호 보상 태스크포스팀(TF)과 상임위 법안소위에 참석하기 위해 온 농해수위 의원 및 관계자들로 북적였지만, 농협 인출사태에 대한 입장이나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농협 예금인출 피해 사태가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4일이다. 7월1일 전남 광양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50)가 자신이 거래하는 지역 농협인 삽교농협 계좌에서 텔레뱅킹을 통해 1억2000만원이 인출됐다며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은 범인은 물론 계좌 접근방식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이 '빈 손'으로 수사를 종결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이씨의 피해 유형이 지금까지의 방식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인터넷뱅킹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전화 보이스피싱을 겪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하루아침에 예금이 없어진 것.

피해사실이 알려지면서 농협 예금주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됐지만, 농협은 수사종결 시점인 24일까지도 책임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텔레뱅킹으로 계좌에 있는 금액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보안카드 번호와 계좌 비밀번호 등 6가지 정보가 유출돼야 하는데, 금융기관 내부에서 유출된 사실은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25일이 돼서야 자체적으로 보험사에서 보상 여부를 조사 중이며 아직 확정된 방침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협의 태도에 대한 여론의 성토가 이어졌지만, 국민을 대변해야 할 국회는 침묵했다. 불안심리로 인한 예금인출 사태(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여야는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농협 소관 상임위인 농해수위 의원들도 그런일이 발생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농해수위는 뒤늦게나마 농협 예금인출 피해와 관련한 긴급현안보고를 받기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27일 농협 관계자들을 불러 현안보고를 받고 문제를 짚어보겠다"고 밝혔다.


이씨의 농협 예금통장에서 사라진 1억2000만원은 그가 결혼 후 15년간 주택 구입을 위해 모아온 전 재산이다. 피해 사실은 사건 발생 후 5개월이 지나서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씨 외 50여명의 유사 피해사례 정확도 포착된 상황이다.



경찰로부터도, 농협으로부터도 외면당한 국민들은 국회가 사태의 책임을 가리고 금융소비자들을 안심시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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