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먹거리' 의료사업 속도 내는 삼성, 'GPS' 높은벽 넘나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4.11.25 17:39

'삼성' 브랜드 단 의료장비 이어 100여개국 영업망 갖춘 업체와 제휴 성사…M&A 필요 지적도

삼성메디슨 프리미엄 초음파진단기 'RS80A' /사진제공=삼성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제시한 '의료사업 키우기'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 브랜드'를 단 의료장비를 선보인데 이어 글로벌 영업망을 갖춘 업체와도 제휴를 성사시키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이 의료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GPS'(GE·필립스·지멘스)의 높은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은 기존의 든든한 캐쉬카우였던 스마트폰의 실적이 고전하면서 새 먹거리 찾기가 절박한 상태다. 따라서 그동안 쌓아온 전자계열사들의 센서·영상·ICT 기술력을 총결집해 고부가가치 시장인 의료장비 분야를 적극 개척하겠다는 복안이다.

◇ 삼성 '신수종' 의료사업 본격화=삼성전자는 25일 글로벌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이하 써모피셔)과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스코틀랜드 국영 의료 시범사업에서 성능을 입증 받은 'IB10' 등 다양한 현장 진단용 체외진단기기 등을 써모피셔 영업망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게 된다.

써모피셔는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에서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써모일렉트론(Thermo Electron)'과 '피셔사이언티픽(Fisher Scientific)'이 2006년 합병하면서 설립된 의료기기 전문 기업이다.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체외진단용 시약과 진단기기, 실험실 설비 등을 판매하는 업계 최고의 회사로 정평이 나있다.

영업망이 확충된 만큼 신제품 개발에 더욱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이를 바탕으로 규모를 빠르게 키워간다는 게 삼성전자의 계획이다.

삼성은 또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장비 관련 박람회인 북미영상의학회(RSNA)에 '삼성' 브랜드를 단 의료장비를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메디슨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RSNA에서 영상의학과용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 'RS80A'에 삼성 브랜드를 달아 전시하고 북미 지역에 판매를 시작한다.

기존에는 시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인수 전 메디슨이 쓰던 '아큐빅스'·'소노에이스'·'유지오' 등의 브랜드를 혼용하다가 지난 6월부터 삼성 브랜드로의 통일화 작업을 벌여왔다.

'삼성' 브랜드로 제품을 내놔도 좋을 만큼 품질 수준이 올라왔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동시에 반도체·가전·스마트폰 분야에서처럼 '1등 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도 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의료기기사업 전담 HME(헬스·메디컬장비)사업팀을 신설한데 이어 2011년에는 메디슨을 인수하는 등 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해 왔다. 도약을 위해 지난 5년간 꾸준히 준비해 온 사업계획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체외진단기 'LABGEO IB10'./사진제공=삼성전자
◇ 삼성, 넘사벽 'GPS' 넘을 수 있나?=그러나 현실적으로 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GPS의 높은 벽을 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도 이런 평가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특히 보수적인 의료업계의 특성상 쉽게 써오던 브랜드를 바꾸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GPS로 불리는 기업들은 100년 넘는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업체들로 기술력이 뛰어나고 오랜 기간 고객들과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며 "생명을 다루는 민감한 업종 특성상 변화가 빠르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재 삼성이 판매하고 있는 의료기기 제품들은 최첨단 의료장비로 보기엔 다소 무리다. 삼성메디슨은 초음파진단기를,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는 디지털 엑스레이 및 체외진단기를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MRI(자기공명영상장치)·CT(컴퓨터단층촬영장치)에 비해 기술력이 한 단계 낮은 장비로 평가된다. 당연히 수익성 또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고부가가치 제품인 MRI와 CT 장비는 GPS와 일본 도시바가 전체의 80~90%를 독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외국 기업들은 자기 기술만으로 커온 게 아니라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하면서 성장해왔다"며 "삼성이 아직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에 소극적인 편인데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삼성메디슨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삼성전자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부족한 기술력을 단시간 내에 보완, 전면전을 벌일 수 있는 체력을 기르겠다는 구상이다.

조수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이 삼성메디슨 대표를 겸직하고 있고 삼성메디슨의 해외 판매법인을 삼성전자의 해외 판매법인과 통합하는 작업도 계속 진행해 오고 있다. 합병은 시간의 문제일 뿐 피해갈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넥서스'(심장질환 진단기기)와 '뉴로로지카'(이동형 CT 장비)도 함께 사업 재편 대상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합병할 경우 당장 영업조직을 통합하고 판매망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조만간 예정된 삼성의 12월 인사에서 앞으로의 의료기기 조직 개편 향배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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