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곁에 눈 감으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4.11.23 07:00

[취재여담]고독사 2명 중 1명 40~50대… 남성이 훨씬 많아

지난해 서울지하철 1호선 회기역과 청량리역 구간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한 시신을 수습 중인 경찰.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1
청량리역에 1년 넘게 방치돼 있다가 백골로 발견된 50대 남성. 그의 사연을 더 알아내고 싶어도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이 그의 옷 주머니에서 나온 신용카드를 조회해 봤을 때 나온 신상에 의하면 그는 노숙인 쉼터에서 지내던 50대 중반 남성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지품이 그의 물건이라는 보장은 저도 경찰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직 DNA 검사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그의 가족에게 신원 확인을 위해 DNA 대조를 해야 한다고 연락을 취했지만, 가족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경찰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경찰도 "참 쓸쓸한 죽음"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로운 중년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부산에서는 사망 판정을 받은 60대 남성이 영안실에서 마지막 검수 도중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족은 그를 책임지러 오지 않겠다고 '신병인도 포기' 선언을 했습니다. 그는 지금 가족 없이 부산의 한 병원에서 쓸쓸히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찾는 이 없기는 죽어서나 살아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 이렇게 가족이 찾지 않는 '무연고 죽음'은 증가 추세입니다. 지난 3년간 통계를 보면 2011년 682명, 2012년 719명, 2013년 878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심지어 이 중 청량리역에서 발견된 남성처럼 백골에 가까운 상태로 발견되는 사망자의 숫자는 전체의 2.6%나 됐습니다.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 남성이 79.2%로 월등히 많았습니다.

서울 동작구에서 한 남성이 쓰레기 봉투를 들고 눈 내린 길을 걷고 있다./ 사진=뉴스1
대부분의 고독사가 노인들의 몫일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이런 고독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 중에는 40~50대의 비중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견된 무연고 사망자 중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255명을 연령별로 나눠보니 40대가 38명(15%), 50대가 87명(34%)으로 전체의 49%에 해당했습니다. 60대 이상 사망자 수인 112명(44%)보다 더 많았습니다.

이런 고독한 죽음은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욱 많아집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방기구를 이용하다가 화재가 발생해 사망하기도 하고 연탄이나 화로에서 불을 때다가 가스 중독으로 사망하기도 합니다. 서울역이나 청량리역처럼 노숙인이 많은 곳에서는 겨울이면 동사 사고가 빈발합니다.


물론 이렇게 사망하는 이들에게 가족, 친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고독사로 사망했다고 연락을 취하면 '수습을 하지 않겠다'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체 포기 각서'만 쓰면 나라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기 때문입니다.

독거 가구가 많은 지역들은 '고독사 예방 및 장례지원시스템'을 만들어 독거 중년과 노인을 등록해 관리하고 사망시 장례를 치러주는 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서울 일부 구청들의 경우 전담팀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심지어 고독사 현장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러주는 민간업체도 등장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독사 문제의 해결은 우리 모두가 '남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요. 1인 가구가 450만에 이르는 시대입니다.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내 이웃과 가족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며 산다면, 역으로 나의 가는 길도 좀 덜 쓸쓸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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