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창조경제 디자이너 공학자

머니투데이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 2014.11.21 07:34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무역액이 3년 연속 1조 달러를 넘어서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러나 2007년 국민소득 2만 달러 진입 이후 성장률이 다소 주춤하면서 이를 만회할 새로운 성장동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경제의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갖춰야 할 선제조건으로 창의성과 혁신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추가 동력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는 주체로서의 창의적 융합인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와 산업을 새로운 성장의 결과물로 바꾸어 나갈 인재교육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에 범부처 공과대학 혁신위원회가 ‘공과대학 혁신방안’을 제시한 것은 이같은 필요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산업의 혁신과 변화를 주도한 기술인재들은 국가경제 성장에 첨병 역할을 해오며 산업 성장을 견인해왔다. 이제 또다른 도약의 시대를 짊어지고 갈 주체로서 다시금 그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공학인재는 지난 2004년 이후 매년 10만여명의 졸업자가 배출되는 등 양적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특히, 2011년 인구 1만 명당 공과대학 졸업생은 미국 3.3명, 독일 5.5명을 훨씬 뛰어넘는 13.8명이었다. 그러나 2014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조사대상 60개국 중 우리나라 교육경쟁력은 53위에 그쳤으며,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가 선정한 세계 300위 대학 가운데 우리나라 대학은 8개에 불과했다.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이탈리아 산업디자인계의 대부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창의적 인재는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체험과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환생으로 평가받는 멘디니가 지적한 것은 바로 창조적 융합인재의 태생에는 바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교육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공학교육도 창의적 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요람으로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단순한 지식 배양을 넘어 융합 기술과 창의적 기술 개발이 가능한 창의적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공학교육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 D-School처럼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를 공학교육에 접목하는 것도 필요하다. 디자인 사고는 감성과 직관적 사고를 결합하여 창의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방법론으로, 이미 프록터앤드갬블(P&G), 제너럴일렉트릭(GE), 애플 등 주요 글로벌 기업에 도입된 바 있다.

아인슈타인은 감성과 직관적 사고의 결합을 강조했으며, 스티브 잡스 역시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기술에 인문학적인 관점을 덧입혀 보는 시도,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전체를 설계하고 디자인해 보는 과정은 창조적인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비료이자 거름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이 강의실과 이론, 책상을 벗어나 몸으로 직접 부딪혀보고 사고하며 깨닫고, 실험실습실이 사용자의 감성을 이해하는 교육현장으로 거듭날 때, 공학교육은 비로소 우리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생생한 인재교육이 되는 것이다. 즉, 공학교육이 공학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만, 인간을 위한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창조경제의 행복 디자이너들이 많이 양성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4 공학교육페스티벌’은 우리 공학도들이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시현하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성과전시의 장이자 축제의 장이다. 또한 그동안 우리 공학교육을 이끌어온 학생과 교수, 그리고 미래 공학도인 중?고등학생들이 함께 모여, 공학인의 생생한 목소리와 공학체험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만남의 장이다. 공학교육페스티벌이 공학인들의 축제를 넘어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의 비전을 제시하고 창조경제를 디자인하는 행복 디자이너들의 잔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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