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기 취업, 최대의 적은 '엄마'?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 2014.11.25 05:30

취준생 부모 4명 중 1명 "中企는 안돼"

#"'OO' 기업에 합격했는데 소식을 전하자 부모님이 저를 보려고도 안하시네요." 항상 부모님의 큰 기대를 받았던 B씨는 2년간의 취업 재수 끝에 한 중소기업에 합격하자 드디어 취업준비생 생활을 청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취업 예정인 기업이 중소기업이라는 소식을 들은 부모님의 반응은 싸늘했다. B씨는 생각지 못한 반응에 놀라면서도 진로를 고민 중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A씨. 학점·영어성적 모두 높아 서류전형은 무난히 통과하지만 항상 대기업 인·적성검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사설 업체에서 인·적성검사를 따로 해본 결과는 놀라웠다. A씨의 자기결정력 항목 점수가 매우 낮게 나왔던 것. 항상 A씨를 통제했던 부모는 검사결과를 앞에 두고도 '초봉 4000만 원이 안 되는 기업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취업 관문이 좁아지면서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견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구직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 등 주변의 반대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취업시장에 나온 구직자 들은 탄탄한 정보력을 갖추고 교육에 관여한 '알파맘'들이 양육한 세대다.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태어난 이들은 초중고에 이어 대학교 진학은 물론 수강신청까지 어머니의 정보력에 의존해서 자란 이들이 많다.

취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부모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 고스펙자일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자식의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입시·성적에 관여했던 어머니들은 직장을 결정할 때도 주도권을 내려놓지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30대 청년들의 취업 관련 인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취직하겠다는 취업준비자는 10명 중 2명(23.6%)에 불과했다. 4명 중 1명인 26.3%는 부모가 중소기업 취직을 반대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밝혔다. 취업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적은 응답자일수록 부모가 중소기업 취업을 반대한다는 응답률(44.1%)이 높았다.

취업준비생 강 모 씨는 "고향의 강소기업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부모님이 서울에서 대학 나와서 왜 거길 들어가려고 하느냐'며 만류하신다"며 "부모님께서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시는 것 같아 합격한 뒤에도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취업문제가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고성장 시대에 사회로 뛰어든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의 무능력'으로 돌리는 경우다.

한 취업준비생은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이르는 중견기업에 지원하는데도 '한심하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며 "취직이 어려운 것을 '우리 세대가 나약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할 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불바다 된 LA, 한국인들은 총을 들었다…흑인의 분노, 왜 한인 향했나[뉴스속오늘]
  5. 5 계단 오를 때 '헉헉' 체력 줄었나 했더니…"돌연사 원인" 이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