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직구족 웃고, 수산물 운다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 2014.11.21 06:37

몰테일 日 배송대행 규모 1년새 2배 급증…광어·참소라·백합 등 日수출 막혀 생존위협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엔저(低)가 한국 유통시장을 흔들고 있다. 일본 엔화가치가 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라쿠텐 등 일본 온라인몰로 엔저 쇼핑을 즐기려는 직구족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인들이 즐겨찾던 전복과 참소라 등 고급 수산물은 원화가격 급등으로 수출길이 막혀 국내로 유턴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수요가 부족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엔저 쇼핑 나선 직구족들, 1년새 두배 껑충=20일 해외구매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 1만1000건에 불과했던 일본 직구규모가 올 4분기 2만1000건에 달할 전망이다. 1년새 두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연간으로도 지난해보다 66% 이상 늘어난 7만건 이상이 확실시 된다.

몰테일이 이 기간 배송을 대행한 일본 직구 상품 가운데 인기 1위는 헤어 클리닉 제품 3종 세트인 '하오니코 라메라메 3단계'였다. 국내 백화점에서 50만~60만원대에 팔리는 이 제품의 현재 일본 온라인몰 가격은 1만5000엔.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4만1000원(100엔당 940원)이다. 엔저가 시작되기 전인 2012년 원엔 환율이 100엔당 140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가격으로 30% 저렴해진 것이다.

일본 직구족들은 무코타, 하오니코 등 국내에서 고급 미용실 중심으로 사용되는 일본 헤어클리닉 제품에 관심이 높다. 실제 이런 클리닉 제품은 고급 미용실에 대개 1회 시술비만 10만원 선인데 반해 일본 직구로 해당 제품을 구매할 경우, 같은 가격으로 평균 30~50회 이상 시술 가능하다.

몰테일 관계자는 "아마존 일본, 라쿠텐 등을 찾는 일본 직구족들은 헤어, 미용 제품, 피규어, 장난감 등 취미 상품을 주로 구입한다"며 "엔저가 극심한 올 연말에는 특별 할인 등의 영향으로 일본 직구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어·참소라 등 수산물, 엔저에 수출길 막혀=엔저를 즐기는 직구족들과는 달리 일본 수출에 기대 온 광어, 참소라 등 수산물들은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다. 판로를 국내로 돌려도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아 제값을 못 받고 있다.


양식 광어의 경우 일본수출이 전체 생산량의 30%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15% 이하로 추락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양식광어 4000톤을 일본에 수출했지만 올해는 2200톤으로 급감했다.

양식광어 도매가격은 최근 3년간 33% 하락해 현재 1kg당 8000원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1kg당 생산 원가는 1만원으로 판매 가격이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친다. 어민들이 출하를 미뤄 양식장에 있는 광어의 양이 지난해보다 30% 늘었다.

채취량의 70%를 일본으로 수출하던 참소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환율이 30% 이상 뛰면서 일본 수입상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해녀들이 아예 참소라 채취를 포기한 상황이다.

일본 수출에 의지하던 화훼농가의 사정도 마찬가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대(對) 일본 화훼류 수출규모는 1977만2107달러(약 20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36% 급감했다. 대일수출 1위품목인 백합은 같은 기간 42% 줄었고 장미는 46% 감소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산물과 화훼농가의 경우 엔저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엔저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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