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곳없는 청년, 은행권 인턴 취업문도 '바늘구멍'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14.11.21 05:30

2009·2010년에 비해 대폭 줄여..."어려운 업황에 인턴 역할·기능도 그리 크지 않아"

주요 시중은행들이 청년 인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에 따라 대규모 채용에 나섰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가 미비한데다 정부 관심도 줄다보니 인턴 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대학생 3~4학년 150명을 대상으로 '2015 동계인턴'을 오는 24일까지 모집하고 있다. 올 여름 '하계 인턴십'에 참여한 150명을 포함하면 올해 국민은행이 뽑은 인턴 규모는 300여명이 될 전망이다.

이는 인턴채용이 가장 많았던 2010년(3300명) 규모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다. 국민은행의 연도별 인턴 채용 규모는 2009년 850명, 2010년 3300명, 2011년 345명, 2012년 450명, 2013년 300명 수준이다.

다른 은행 사정도 비슷하다. 하나은행은 2006년부터 소규모로 인턴을 뽑다 2009년 506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턴을 채용한 바 있다. 이후에는 2010년 30명, 2011년 321명, 2012년 175명, 2013년 152명, 올 하계인턴 95명을 뽑았다. 향후 인턴 채용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

대학생 인턴제도가 사실상 없어진 은행도 있다. 우리은행은 '청년인턴십'이란 프로그램으로 2009년 1350명, 2010년 1500명, 2011년 1500명을 뽑았다. 하지만 2012년부터 인턴채용이 없어졌으며 올해도 인턴 채용을 확정하지 못했다.

신한은행도 2009년에 대학생 인턴 330여명을 뽑았지만 그 이후로 한 번도 인턴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총 506명의 청년 인턴을 뽑았지만 2013년과 올해 1월엔 특성화고 대상 인턴만 선발했다. 외환은행은 아직 내년 인턴 채용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인턴 채용을 줄인 이유는 정부 정책에 따라 무턱대로 인턴사원을 뽑았다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한 탓이 크다. 힘든 업황에 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축소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턴 채용을 큰 규모로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은행권의 하소연이다. 영업과 창구 업무가 많은 은행 사무의 특성상 인턴 역할이 그리 크지 않은 점도 고려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인턴제는 시작부터 '전시성 행정'이라는 측면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신규채용도 줄이는 상황에서 인턴 채용을 마냥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인턴 출신이 실제 신입 행원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청년실업 해결'이라는 일자리 창출 효과는 사실상 없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권 취업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은 비상이 걸렸다. 취업난 속에서 인턴을 통해 실무 경험을 '취업 경쟁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취업 희망 대학생은 "실무경험과 함께 우수 인턴으로 선정되면 서류전형 면제 혜택 등이 인턴제의 장점"이라면서 "안 그래도 취업 자체도 힘든데 인턴 채용시장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3. 3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4. 4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
  5. 5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