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ience Communicator, SC)를 비정규직이나 무급 봉사자 정도로 대하는 인식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과학대중화는 힘들다."
SC 양성과정을 운영중인 기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SC는 일반인에게 과학현상을 쉽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과학관 큐레이터', '과학 코디네이터', '과학문화해설사'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린다.
SC는 과학자와 기술자, 의사, 교사 등 이공계 출신으로 소정의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활동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존경받는 직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을 박근혜 정부가 정책기조로 삼고, '과학기술과 사회 간의 상호작용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SC도 소위 '뜨는' 직종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국과과학기술위원회는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과학기술혁신역량 지수는 OECD 30개국 중 9위(11.753점)로 중상위권인데 비해 과학문화에 해당하는 순위는 26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고 지적, '과학기술문화 전문 인력 양성'을 '제3차 과학기술문화창달 5개년 계획'(2013년~2017년) 15대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넣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실에서 크게 변한게 없다는 말이 나온다.
해외 유명한 취업정보사이트 '인디드(indeed.com)'에 따르면 미국서 활동중인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연봉은 평균 9만4,000불(약 1억300만원)가량 된다. 반면, 우리나라 국립과학관에서 활동하는 SC는 2400여만원 수준으로 '전시해설 위탁용역업체 파견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 비해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와 MIT에선 매년 학부생을 위한 SC 워크숍을 개최하며, 이는 국립과학재단(CIQM)이 직접 운영·관리하고 있다. 주로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실습과 연구 윤리, 분야 간 의사소통 확대 등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대학원생과 박사후 연구원(postdoc)이 인턴십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옥스퍼드와 런던대학교(UCL) 등 유명 대학에선 재능있는 SC 양성을 위한 학부과정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 영국과학진흥협회와 미국과학진흥협회는 이공계 대학원생을 선발해 일정 기간 동안 언론매체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프로그램 수료자들 절반 정도가 관련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은 과학기술문화 실무자 연수 프로그램 운영해 지역 사회 기반 과학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 및 과학기술문화행사 기획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학에는 과학기술문화 관련 학위과정 및 실무 연수프로그램 개설이 미비해 과학기술문화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SC가 활동할 무대가 좁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관계자는 "경력단절 여성과학자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SC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방과후 교실'이나 '생활과학교실' 외에 이들을 취업시킬 시장이나 수요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해외에선 방송국 다큐멘터리PD와 SC가 함께 작업을 하는 등 다방면에서 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문화 확산을 위한 기금재원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점도 SC 양성 및 활성화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문화사업의 주 재원인 과학기술진흥기금은 △복권수입 감소 △연구개발융자사업 중단 △국립과학관 설립지원 등 대규모 출연사업 지출 증가 등으로 지속적으로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17년까지 과학문화예산을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의 1% 수준에서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경우, 국가 R&D 예산의 5%를 과학문화예산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는 총예산의 7.2%(R&D 예산 8.2%)를 과학이해·과학문화예산으로 책정해 집행하고 있어 추가 예산편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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