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전월세대책이 실패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 2014.11.18 07:06
오피니언용
2008년 이후 주택시장 침체는 2008년 글로벌 위기의 여파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고도성장기 공급(매매) 중심으로 팽창된 시장이 스스로 자기조정(하향화)해가는 모습이다. 이에 따른 시장거래의 가장 큰 변화는 매매 중심에서 임대 중심으로 급변한 점이다. 호황기 때 매매 대비 임대가 6대4였던 것이 2013년 한때 1.5대8.5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3대7을 유지한다. 임대에서 매매 중심으로 역류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21년까지 임차수요는 연평균 109만가구에 달하는 반면 자가수요(매매)는 52만가구에 그칠 것이란 주택산업연구원의 2013년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 흐름은 임대를 중심으로 하지만 지난 6여년간 정부는 한결같이 '죽은 고목에 꽃피우는 식' 매매 활성화에 올인(all-in)했다. 정부가 지금껏 내놓은 임대(특히 전세)대책은 집구입을 위한 금융·세제지원과 전세대출금 규제완화 두 축으로 되어 있지만 대개 전자를 중심으로 했다. 최근 10·30대책에 월세지원이 추가된 정도가 새롭다. 집구입 지원정책은 매매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시장수요의 구조적 변화로 임대에 머무는 주거약자층의 주거불안(주거비 부담 급증, 렌트푸어, 주거하향화 등)을 기실 더욱 부추겨왔다. 전세란이 2009년 이래 지속되는 것은 '매매를 통한 전·월세 해결'이란 정부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지난 6년간 정책이 '매매 활성화'로 시종일관해온 것은 주택부동산을 산업으로만 그리고 경기활성화 수단으로만 보고 업계 혹은 유주택자의 민원 및 요구에만 귀 기울여 온 것과 무관치 않다. 이는 고도성장기의 공급 중심 정책 생산 시스템이 저성장기를 맞아서도 변하지 못한 것의 결과이기도 하다. 두 번의 정권에 걸쳐 무수한 부동산대책이 쏟아졌지만 대개는 공급 측을 담당하는 업계나 유주택자(특히 다주택자)에게 주로 혜택을 주는 것이다. 거래세-보유세 등 세제완화, 다주택자 규제완화, 임대업 지원, 초저금리 지원, 미분양 지원, 재건축 규제완화, 업계 유동성 지원, 분양가상한제 철폐, 재건축초과이득세 철폐 등이 그러하다.


반면 매매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저소득 세입자(주거권자) 관련 정책은 늘 매매 활성화의 부차적인 것으로 다루거나 반시장적이라는 이유로 배제 내지 배척되어왔다. 업계 저항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 축소(예: 보금자리, 행복주택, 국민임대 등), 임대업자의 반대로 임대차의무등록제 실시 거부, 업계 및 임대인의 반대로 임대과세 철회, 시장맹신주의자들의 극렬한 반대로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제 논의·도입 좌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임대문제는 크게 보면 임대주택공급 확대와 임대차관계 안정화 두 축의 정책으로 풀어야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전자는 주택을 산업으로만 바라보는 정책당국의 편향적 입장 때문이고 후자는 반시장적이라는 경도된 입장 때문이다.

전·월세 대책이 계속 실패하는 까닭은 한국의 주택정책레짐(regime)이 갖는 후진성과 결코 무관치 않다. OECD 다른 나라와 비교한 연구를 보면 한국의 주택정책은 몇 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첫째, 자가보유의 진입장벽이 높다. 둘째, 공공임대주택의 양과 질이 부족하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가장 낮다(OECD 평균의 반인 11%). 셋째, 민간임대의 사회적 기능이 부재할 정도로 임대차 관리가 방치되어 있다. 넷째, 소득불평등이 가장 큰 가운데 자산불평등이 미국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다섯째, GDP 중 공적사회보장 지출규모(주거복지비 포함)가 OECD 평균(25%)의 5분의1(5%)에 불과하다. 주택정책시스템의 선진화 없이는 올바른 임대차정책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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