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행운 워킹맘'이라고? "쉴틈이 없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 2014.11.15 07:00

[직딩블루스 시즌2 "들어라 ⊙⊙들아"]남편 "잘 쉬어" 한마디에 맘상해

편집자주 | '⊙⊙'에 들어갈 말은, '상사'일수도 있고 '회사'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선배 후배 동료 들도 됩니다. 언젠가는 한번 소리높여 외치고 싶었던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독백형식을 빌어 소개합니다. 듣는 사람들의 두 눈이 ⊙⊙ 똥그래지도록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나는 여행사에서 8년째 근무하고 있는 과장 1년차 워킹맘이다. 회사의 시스템과 근무여건들이 좋아지면서 운 좋게 재택근무 1호가 됐다. 그런데 집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가끔 '노는 사람'으로 비쳐질 때가 있다. 장소가 바뀌었을 뿐 분명히 출근할 때처럼 일을 하는 직장인인데 주변 사람들의 생각은 이상하리만큼 달라진다.

재택근무는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일종의 '스마트워크'다. 스마트워크는 우리에게 매우 효율적이고 편리한 것 같지만 족쇄가 되기도 한다. 내 경우가 그렇다.

2011년에 결혼한 나는 지난해 가을 사랑스런 아기를 출산해 올해 11월까지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쓸 계획이었다. 그러니까 계획대로라면 지금 재택근무자가 아닌 육아휴직자여야 한다.

'워킹맘'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와 떨어져 일해야 하는 엄마들은 항상 가슴 한켠에 죄의식마저 갖게 된다. 그래서 아빠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육아를 엄마에게 일임하고 일부러 야근까지 하고 귀가하는 걸 보면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육아는 엄마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생후 1년 동안 아기에게 엄마가 함께 있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지도 않는다. 그래서 워킹맘들은 갈등을 한다. 육아휴직을 6개월 쓰고 입주도우미나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아 회사로 돌아갈지, 회사에 눈치가 보여도 1년 동안 육아휴직을 다 쓸지를 말이다.

나는 운 좋게 육아휴직 6개월쯤 됐을 때, 회사에서 처음 도입한 재택근무제도의 혜택을 받게 됐다. 회사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근무를 해줬으면 하는 눈치였고, 나는 아직 어린 아기가 눈에 밟혔는데, 재택근무로 두 가지 문제가 모두 해소될 수 있었다.


재택근무도 엄연히 근무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므로 베이비시터를 채용했다. 워킹맘에게 재택근무의 장점은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아기를 어딘가 맡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다는 것뿐이다. 출퇴근 하는 사람들보다 일이 줄어드는 게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재택근무는 내게 개인적으로 족쇄가 돼버렸다. 베이비시터가 있지만 엄마가 집에 있는 걸 아는 아기는 엄마에게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가 있다. 특히 중요한 일을 시간 내 처리해야 할 때는 미칠 것 같다. 내가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다.

회사 업무가 끝나도 가사업무와 육아가 기다리고 있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래서 하루종일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워킹맘에게 재택근무란 하루종일 업무의 연속인 셈이다.

특히 남편이 아무 생각 없이 툭 내뱉는 인삿말에 마음이 상할 때가 많다. 퇴근 시간쯤 남편이 전화로 "잘 쉬어" 라든가 "아기랑 잘 놀고 있어"라고 말하면 하루종일 일하고도 '노는 사람'이 돼버린다. 남편이 좋은 의미로 "잘 있어"라는 표현을 했다는 걸 알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귀에 거슬릴 때가 있다. 내 아기라도 육아는 쉽지 않은데 말이다.

그러다가도 아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풀어진다. 다른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이렇게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돼 마음을 다잡는다. 어린 아기가 엄마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 내 눈에도 보이기 때문이다. 아가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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