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패턴의 비밀이 발견됐다는데…"너무 쉽네"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장 | 2014.11.16 09:00

[행동재무학]<74>미래 주가 예측하기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임종철 디자이너
매주 1000만 명의 서민들이 로또에 6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출하고 매주 토요일밤 9시를 기다린다.

로또는 1부터 45까지의 숫자에서 6개를 선택하는 게임인데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고작 814만5060분의 1밖에 안 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로또의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자주 나오는 숫자(핫넘버)와 최근 나오지 않는 숫자(콜드넘버) 같은 패턴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로또에 당첨될 확률이 높다며 대박 로또 번호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통계학자들은 어떤 획기적인 방법을 써도 로또의 당첨 확률은 줄지 않는다며 로또 숫자 비법에 현혹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통계(패턴)를 이용하면 선택할 조합의 폭을 줄여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관련 서적: 로또 숫자의 비밀, 저자 노성호)

그럼 주가는 어떨까? 구체적으로, 미래의 주가는 예측할 수 있을까?

로또와 같이, 사람들은 주가에도 어떤 패턴이 존재하고 그 패턴을 파악할 수만 있다면 미래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차트 분석가들이 과거 주가 차트를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며 의미있는 패턴을 찾아내려고 혈안이다. 그리고 매일매일의 증권 방송에 나와 ‘양봉’이니 ‘음봉’이니, 혹은 2파, 3파라 불리는 ‘파동’ 그리고 '헤드앤숄더' 등등의 복잡한 용어를 언급하며 이런저런 패턴을 설명한다.

지난 30년간 차트를 분석한 미국의 한 차트 분석가는 최근 미국 다우 지수가 1995년 이후 ‘메가폰’(megaphone)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들은 주가 수익률 분포의 형태(평균과 표준편차)를 알 수 있다면 미래 주가 예측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전통 재무학은 아무리 수익률 분포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안다 해도 미래 주가는 예측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단적으로 주사위를 던지거나 동전 던지기를 예로 든다.


6개의 면이 있는 주사위를 던질 때 특정 면이 나올 확률은 6분의 1이고 동전을 던질 때 앞이나 뒤가 나올 확률은 2분의 1로, 두 사건 모두 평균과 표준편차를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주사위나 동전을 던질 때 다음에 뭐가 나올 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학문적으로는 이를 마팅게일(martingale) 프로세스라고 부르는데 아무리 평균과 표준편차를 알지라도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사건을 말한다.

전통 재무학은 주가도 주사위나 동전 던지기와 같다고 말한다. 즉 아무리 미래 주가 수익률의 분포를 정확히 추정한다 해도 미래 주가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주가가 마팅게일 프로세스를 따른다면,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미래 주가 수익률 분포를 추정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게 헛수고라는 말이 된다. 주식시장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미래 주가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주가가 마팅게일 프로세스를 따른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실제 주식시장을 분석한 많은 실증 재무학자들은 미래 주가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의문을 던지는 여러 증거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평균 회귀(mean reversion) 현상이니 주가 모멘텀(price momentum)이니, 캘린더 효과(calendar effect) 등등 주가에 어떤 패턴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산재하다.

게다가 이들 패턴은 너무나 쉬워 특별히 무슨 비밀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또한 파머(Fama)와 프렌치(French) 교수의 유명한 book-to-market(시장가치 대비 장부가치) 효과도 미래 주가가 예측 가능하다는 분명한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파머 교수는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재무학계의 거장이다.

놀라운 것은 평균 회귀 현상이나 주가 모멘텀, 캘린더 효과 등이 처음 세상에 밝혀진 뒤로 수십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주식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미래 주가는 예측 가능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만약 평균 회귀나 주가 모멘텀, 캘린더 효과 등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된다면, 누구나 쉽게 이를 활용해 주식시장에서 꾸준히 큰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도 이들 패턴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한다고 하니, 한번쯤 이 패턴을 이용한 투자전략을 세워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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