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세운 악덕 '세입자'…알고보니 '집주인'?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2014.11.14 05:50

사회적 약자 보호 위해 만든 '주택임대차보호법' 악용한 편법 임대차계약 기승

#2011년 11월 A씨는 대전 서구 소재 한 아파트 전용면적 134.9㎡를 보증금 2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같은 달 전입일자와 확정일자를 받아 소액임차인의 자격까지 모두 갖췄다. 다음 달인 12월 이 아파트는 경매에 부쳐졌고 이후 한차례 유찰을 거쳐 2012년 5월 감정가(5억7000만원)의 70%인 3억9900만원에 낙찰됐다.

이후 배당과정에서 채권자인 S저축은행이 소액임차인 자격으로 이의를 제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A씨는 법원에 '배당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보호하는 소액임차인이기 때문에 2000만원을 우선 변제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A씨에 관한 뜻밖의 사실들이 드러났다. A씨는 인근에 또 다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고 1억5000만원에 전세를 놓고 있는 '집주인'이었다. 게다가 낙찰자에게 이사비 명목으로 130만원을 받아냈고 관리비도 한 푼 내지 않아 낙찰자가 떠안았다.

심지어 A씨의 남편은 해당 아파트 인근에서 공인중개소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임대차계약을 직접 중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불과 6개월 후 A씨 부부는 자녀 명의를 빌려 또 다른 아파트를 2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당시 대법원은 "경매와 주택임차인보호법에 대해 잘 알고 있던 A씨의 남편이 이를 악용해 곧 경매에 부쳐질 아파트를 물색한 후 소액임차인 지위를 갖춰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이득을 취하고자 한 것"이라며 "A씨는 정당한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인 소액임차인을 보호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악용, 채권자의 정당한 배당을 저해하는 '악덕 세입자'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소액임차인을 상대로 한 '배당이의' 소송이 잦아지고 있다.

14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법원에 접수된 배당이의 소송은 2012년 2497건에서 2013년 2810건으로 12.5% 늘었다. 인천·의정부·고양·안양 법원에서는 1년새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인천지방법원에선 같은 기간 420건에서 550건으로 31% 급증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의 총 민사소송 접수 약 7만건 중 배당이의 소송은 0.4%(291건)인데 비해 인천지법은 전체(1만7000건)의 3.2%나 차지했다.

인천이 수도권 다른 곳에 비해 소액임차인을 상대로 한 배당이의 소송이 잦은 이유는 영세한 다세대·다가구주택이 많고 대출이 많은 집을 세입자에게 연결해주는 '급전세' 브로커들이 많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인천에서 영업하고 있는 한 공인중개사는 "인천 중구나 남구 주택가 전봇대 등에 붙은 '급전세', '싼전세' 등의 전단지가 대부분 대출 많은 '깡통주택'을 중개하는 광고"라며 "일부 브로커들이 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은 최우선 변제를 받는다고 속이고 한 푼이라도 아쉬운 집주인에겐 목돈을 마련해주겠다고 접근해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떼간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소액임차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법적 보호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액임차인에 이어 배당을 받아야 하는 2순위 채권자 입장에선 최우선 변제금만큼 회수를 할 수 없어서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소액임차인 지위를 악용하거나 거주지가 절박한 사람들에게 경매 직전의 주택을 무책임하게 중개 임대하는 업자들에 대해선 관용없는 엄벌을 내릴 필요가 있다"며 "또 생겨날질 모를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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