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사장이 말하는 아깝다! 이책<9>

머니투데이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부장 | 2014.11.10 11:26

[Book/놓쳤다면 읽어보자]'강'과 '내일을여는책'이 추천합니다

편집자주 | 한해 대한민국에 쏟아지는 책은 5만여종에 달한다. 좋은 책을 골라내는 것만 어려운 게 아니라, 눈 앞에 놓인 좋은 책을 두고도 속도에 맞춰 소화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잠시 스마트폰을 접고 TV를 끄고 책과 함께 하면 어떨까. 소신을 갖고 색깔있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 사장들이 직접 추천하는 '아깝다! 이책'. 친구출판사가 만든 좋은 책도 함께 권한다.



◇ 폭삭 속았수다=성우제 지음/2014/강

‘폭삭 속았수다’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란 뜻의 제주 말이다. 제주올레 완주 패스포트의 맨 뒷장에 적혀 있다.

<시사저널> 창간 멤버로 들어가 13년간 기자로 일했던 성우제는 2002년 캐나다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는 만 50세 기념으로 아내에게 받은 한 달의 휴가를 제주올레길 답사에 바쳤다. 제주올레 26개 코스 425킬로미터를 완주하는 데는 이십 일이 걸렸다. 이 책은 그 길을 걸으며 만난 제주,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발과 땀으로 확인한 올레길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함께 제주의 빼어난 풍광, 가슴 아픈 역사, 독특한 풍습이 귀에 속속 들어온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길 위엔 사람들이 있었다.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틈틈이 받아 적었다. 길을 내고 가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결국 우리가 마땅히 품고 누려야 할 삶의 선물에 대한 이야기다. 조금 비싸더라도 울 양말이 좋은데, 두 켤레를 사서 하루씩 번갈아 신으면 된다고 한다.

◇불안의 서=페르난두 페소아 지음/배수아 옮김/2014/봄날의책

올 봄 트위터를 보다가 이 책을 알았다. 처음 듣는 작가였다. 페르난두 페소아(1888~1935). 포르투갈 사람이다. 어린 시절을 남아공에서 보내고, 열일곱 살 때 리스본으로 돌아와, 1935년 그곳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무역통신문 번역가로 일하며 이따금 시를 발표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정작 그의 작가적 명성이 알려진 것은 뒤늦게 엄청난 분량의 유고가 발견되면서였다고 한다.

그는 한마디로 고독의 작가였던 것 같다. 어떤 허영도, 타협도, 심지어는 꿈도 없는 고독. 책을 열면 글의 성격을 설명하는 것인 양 ‘사실 없는 자서전’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편집자가 붙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읽다보면 ‘사실’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 1부터 481까지의 숫자가 붙은 단상 형식의 글은 어디서부터 읽어도 된다(이 책 자체가 미완성이기도 하다). 틈날 때마다 펼쳐본다.

“적막에 잠긴 내 방에서, 슬픔으로 글을 쓴다. 항상 그랬듯이 혼자이며, 앞으로도 항상 혼자일 것이다.” 소설가 배수아의 번역도, 책의 편집도 훌륭하다.


다시 읽는 이솝 우화-이솝 우화의 함정 찾기=이덕주 공분근 지음/2007/내일을여는책

참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온 책이 이솝 이야기일 거다. 무슨 지혜와 교훈이 그리 많은지 어른들은 무조건 읽으라고 내 밀었다. 부지런함을 얘기할 때는 '개미와 베짱이'를, 꾸준히 노력하면 이긴다고 말할 때는 '토끼와 거북이'가 거의 경전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이솝 이야기 속에 깔린 함정을 찾아 새로운 읽기를 제안한다. 늘 상대방을 속이는 여우를 지혜로운 동물로 그린다든지, 남을 믿었다가 손해를 보는 순진한 동물을 비웃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도전하는 행동을 무모한 바보로 여기는 것에 의문을 가져보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자기 한 몸의 편안함과 안녕을 위한 지혜는 아닌지, 모두 다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지혜롭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를 짚어 본다. 이솝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체념과 순종을 비판하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세계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진취적인 의지를 배워 본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생각을 달리해 읽어 보라는 것이 아니고 비슷한 주제이지만 다른 방향으로 그린 이야기를 붙여서 비교할 기회를 준다. 그리고는 한번쯤 짚고 넘어갈 부분을 독자와 나눈다.

두 저자는 교육 현장 경험을 녹여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를 안내한다. 이야기 뒤에는 친구들끼리 주제 토론을 할 기회를 준다. 또 다른 주입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인 것이다. 청소년들이 틀에 박히고 획일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하고, 깊고, 넓은 생각을 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부끄러운 출판사의 욕심이겠으나 어린이 독자를 위한 개정판을 준비할 계획이 있음을 살짝 밝힌다.

◇ 몰락 선진국 쿠바가 옳았다=요시다 타로 지음/송제훈 옮김/2011/서해문집

일단 제목이 당기는 맛에 반갑게 집었다. 부제 또한 비켜갈 수 없게 만든다. ‘반성장 복지국가는 어떻게 가능한가?’

2014년 한국의 정치권력이나 기득권은 애써 피하고 싶은 주제다. 아니 그들을 지지하는 50%의 철벽 유권자들도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얘기다. 모든 것에 우선하고 절대 진리로 받들어 온 ‘성장’에 감히 누가 반기를 들까. 그들은 지금까지 우리(?)를 밥 먹여 준 고성장을 멈춘다는 생각 자체를 불순하게 받아 들인다.

성장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렵겠지만 피크오일 위기에서 대안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특히 전북 장수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나에게는 쿠바 농촌의 변화가 놀라웠다. 당장의 높은 소득을 위한 화학농법을 넘어서려는 농민들과 연구자들의 부단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다국적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급하는 삶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쿠바 농민들은 즉각적인 성과를 바라지 않고 자연환경과의 동맹으로 지속적인경제의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소련의 붕괴로 석유 단절의 아픔을 경험한 쿠바가 사회적인 연대와 전통적인 지식의 부활에 성공한 것은 가히 혁명에 버금가는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그 문제들을 풀어가는 방향은 앞으로 우리가 깊게 받아 들여야 한다.

농업 까지도 거대 자본의 생산력과 유통에 맡기려는 우리나라의 정책은 작물의 다양성과 생태농업을 망치고 있다. 소규모 농사와 전통농법을 죽이는 이런 방향은 종자식민지를 초래하고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쌀을 제외한 식량 자립도가 한자수수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이미 위기의 정점에 와 있다. 당장 굶지 않는다고 식량을 다국적 기업에 맡겨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빨리 멈출수록 좋다. 쿠바가 겪은 과정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쿠바는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를 고민할 줄 아는 나라다. 돈과 물질보다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국민의 참여로 안전사회를 실현하는 나라 쿠바.
이 책은 분명하게 말한다. 인류가 지향해야 할 선진국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쿠바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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