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장선거'만도 못한 '국회의원 선거'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 2014.11.10 06:02

[the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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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의 선거구획정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정치권이 대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블랙홀'론을 넘어 정치권에선 '개헌보다 더 큰 블랙홀이 열렸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인구 수가 부족한 선거구의 한 의원이 인구 수가 넘치는 선거구 의원에게 지역을 조금 떼 달라고 했다더라'는 소리부터 '인구 수가 부족한 지역구의 한 의원이 지역구 내에 교도소를 유치해 인구 수를 늘리려고 한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여야는 당 혁신위 차원에서 대책안을 내놨다. 국회 외부의 선거구 획정위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결정하고, 국회는 이 안을 정개특위 심의 없이 바로 본회의 표결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선거구 획정은 최종적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

혁신위 안은 출발부터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당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개특위에서 최종 논의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고, 농어촌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일부 여야의원들은 '농어촌 주권 지키기 의원 모임'을 결성, 헌재 결정에 집단 반발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문제 의식은 일반 여론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일각에선 아예 선거구 획정 권한을 국회가 가져서는 안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선거구 획정위의 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치는 것 자체가 국회에 사실상 '거부권'을 주는 것이라는 논리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국회로부터 독립된 선거구 획정위에서 선거구를 획정하고, 국회는 이를 수용 또는 거부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부권도 선거를 앞둔 일정 시점이 되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사용을 극히 제한하는 안이다.
 
선거구 획정 문제는 선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 전 정개특위의 선거구획정 논의 때도 여야는 지역구별로 인구편차가 3배수 이상 늘어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도 밀어부쳤다. "막 나가는 것도 정도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국회 관계자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는 일에는 여야가 없는 것 같다"며 "선거구획정에 국회의원들이 개입하는 것은 반장 선거에 출마한 학생들이 반 구성을 마음대로 하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꼬집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은 국회의원들한테는 예외인 모양이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야 국회의원들만의 일이 아니라고 해도, '밥그릇 크기'까지 스스로 정하는 것은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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