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환위기' 악몽 재현되나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4.11.08 13:02

루블화 '추풍낙엽'… 러시아 중앙은행 "금융안정성 위태로워" 경고

루블화 급락세가 지속되면서 러시아에서 외환위기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낸 성명에서 "요 며칠간 극단적인 달러 수요가 있었다"며 "이는 금융안정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루블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언제든 외환시장 개입을 늘릴 준비가 돼 있으며 다른 수단을 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루블/달러 환율 추이(단위: 루블)/그래프=블룸버그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지난 6월 중순 이후에만 25%, 올 들어 30% 추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긴장감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최근 두드러진 국제유가 하락세 등이 루블화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5일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며 사실상의 변동환율제 도입을 선언해 루블화 약세를 더 부추겼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환율을 시장요인이 주로 결정짓도록 하겠다며 환율방어에 하루 3억5000만달러(약 3827억2500만원) 이상은 쓰지 않겠다고 했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이 발표 직후에만 3% 떨어지는 등 지난 1주일간 11% 폭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11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루블/달러 환율은 이날 한때 4% 상승(루블화 가치 하락)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유로 대비 루블화 가치는 사상 처음으로 1유로당 60루블 선을 상향 돌파했다.

러시아 증시와 채권시장도 크게 휘청거렸다. 달러 기준인 모스크바 증시의 RTS지수는 이날 한때 심리적 지지선인 1000선이 무너지며 2009년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아울러 10년 만기 러시아 국채 금리는 2009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10.3%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국채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286bp(1bp=0.01%포인트)로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FT는 최근 루블화 급락세로 러시아인들이 2008-2009년 금융위기와 1998년 외환위기 때의 고통스런 기억을 떠올리게 됐다며 루블화 약세가 지속되면 사상 최고 수준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율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금융위기 당시 루블화 가치를 떠받치는 데만 2000억달러를 쏟아 부었고 1998년엔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할 정도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렸다.

니콜라스 스피로 스피로소버린스트래티지 이사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최소화 선언은 사실상의 환율방어 포기 선언이라며 러시아가 전면적인 외환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인들은 달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FT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레디트유럽뱅크의 경우 점심시간마다 달러를 사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룬다고 전했다. 신문은 달러 수요가 워낙 많아 이 은행을 비롯한 러시아 중소형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달러 주문은 최소한 하루 전에 해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기업과 은행들의 외채상환 능력도 의심받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과 은행이 갚아야 할 외채는 각각 4220억달러, 1920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연내에 갚아야 할 외채가 기업은 300억달러, 은행은 100억달러쯤 된다.

FT는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할 외채 부담이 큰 기업은 대개 외화 수입이 탄탄한 국영 에너지 기업이어서 루블화 환율이 미치는 단기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은행권에 대한 우려는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는 다른 분석을 내놨다. 외환 표시 회사채 발행 상위 17개 러시아 기업 가운데 외채의 80% 이상을 갚을 수 있는 현금을 가진 회사가 9곳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중 외채를 전액 상환할 수 있는 회사는 7곳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러시아 정부의 돈줄 역할을 해온 주요 국영기업들은 서방의 제재로 글로벌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인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정부에 이미 2조루블(약 45조3200억원)의 긴급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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