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 칼럼]마지막 땀 한 방울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 2014.11.07 14:23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67>

#미국 툴레인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리사 아모스 교수는 자신의 추정치에 근거해 이렇게 말한다. "성공한 사업가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평균 3.8회 실패한다. 그러나 이들은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모스 교수가 찾지 못한 답을 훗날 일본 리코의 회장이 된 이치무라 기요시(市村淸)가 들려준다.

#은행 부지점장으로 있던 이치무라는 대공황의 여파로 은행이 문을 닫자 생명보험회사의 외판원이 된다. 정식 급료는 없이 보험 계약을 따오면 수당을 주는 곳이었다. 그는 당시 보험 영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구마모토에 배치돼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열심히 뛰어다녔다. 하지만 10월과 11월, 12월이 되도록 단 한 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당연히 수입도 없었다. 더구나 자꾸 찾아가다 보니 지겹다는 소리를 면전에서 들어야 했다. 그는 결국 보험 외판을 시작한 지 68일째 되던 12월 23일 토요일 밤 아내 앞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연말 거리를 방황하며 돌아다니는 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도쿄에 가서 당신은 당구장 점원이라도 하고 나는 포장마차라도 끄는 게 낫겠어."

#절망한 심정의 이치무라에게 아내는 말했다. "좋아요. 하지만 당신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굳은 결의를 보였어요. 그랬는데 결국 한 건도 하지 못하고 그만두다니요? 한 건 정도는 해 보이세요. 당신의 이력에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한 일이 남는다는 게 저는 안타깝고 슬퍼요." 아내의 격려에 그는 마지막으로 섣달 그믐날까지만 더 해보기로 하고 다음 날인 일요일 아침 이미 여덟 번이나 찾아갔던 오오에 여고의 다케자키 교장 댁을 찾아갔다. 그는 교문을 지나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장 사택의 현관 앞까지 다가섰다. 하지만 이번에도 틀림없이 가정부가 나와 "선생님은 지금 외출 중입니다"라고 할 것 같았다. 그는 창피한 마음에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다시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까지 걸어왔다. 그러나 어젯밤 아내의 말을 떠올리자 이렇게 무기력하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다시 용기를 내 사택 현관 앞에 섰다. 초인종을 누르자 가정부가 의외로 반갑게 맞아주었다. 곧 이어 미닫이 문이 열리고 다케자키 교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아, 오셨군요.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치무라는 어리둥절해서 어떻게 안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고 회상한다.


#다케자키 교장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오늘로 아홉 번째 찾아왔는데, 만약 다시 또 온다면 이번엔 보험에 가입할까 하고 아내와 의논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러고는 그간의 과정을 하나씩 얘기했다. "당신은 거절당하면 그냥 돌아가되 반드시 편지를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읽지도 않았고 휴지통에 던져 버렸지만 다섯 번째 정도 되니 눈 여겨 보게 되더군요. 가만히 보니 글씨도 훌륭하고 성의가 넘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찾아온 걸 보니 이 보험 외판원은 꽤 신사적인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 가입해 줄까 하고 마음이 움직이더군요. 여덟 번째로 왔다 갔을 때는 그래 다시 온다면 하는 마음이 들어 아내와 상의하게 됐지요." 이치무라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쁨과 감동에 휩싸였다. 다케자키 교장은 그 자리에서 보험에 가입해준 것은 물론 동료 교사 앞으로 소개장까지 써주었다. 이 교사 역시 그의 태도에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며 보험에 가입했다.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였다. 68일간 단 한 건의 실적도 없던 그가 연말까지 불과 일주일간 수십 건의 보험 계약고를 올렸고 보험에 대한 자신감도 갖게 됐다.

#사실 이치무라가 현관 앞에서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성공은 이미 결정돼 있었는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찾아가 한 번 더 누른 초인종이 그의 성패를 결정지은 셈이다. 그는 말한다. "어떤 일이건 섣불리 단념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 땀 한 방울을 더 흘릴 때까지는 말입니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종이 한 장 차이의 의미를 가슴 깊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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