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금↑·주말 전산개통…위법? 법은 시장경쟁을 못막는다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4.11.03 07:59

[10만원짜리 '아이폰6 대란' 사건의 재구성] 유통점 박리다매 불법지원금 새벽투입

편집자주 |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일 오후 3시 이동통신 3사 임원을 긴급 소집했다. 이른바 '아이폰6 대란' 사태와 관련, 사업자에게 경고를 했다. 단통법에는 대리점과 판매점이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할 경우 이동통신사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통신사가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을 경우 과징금 제재를 받지 않는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각종 대리점과 판매점 감독 제도를 만들어놨다. 하지만 주말 전산개통 등 누가 봐도 통신사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에 경쟁이 벌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이번 장려금은 모든 대리점과 판매점에 공통으로 적용됐으나 '새벽 묻지마 아이폰 판매'에 나선 대리점과 판매점은 10여곳에 불과해 통신사의 책임이 빗겨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이폰6 대란'은 시장경쟁을 법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이폰6 대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불법과 탈법의 경계에 대한 해석을 두고 사업자 제재만 되풀이할 것이 자명하다.

아이폰6&아이폰6+ / 사진제공=애플
#10월1일 =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되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보조금(지원금)이 너무 적어 새 스마트폰을 사기에 부담이 크다는 불만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에 압박을 가했지만 지원금은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10월21일= 단통법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자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은 어려움을 겪었다. 스마트폰을 팔아야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로부터 장려금(리베이트)을 받는데 판매 자체가 줄어드니 매장을 유지하고 점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어려워졌다. 이동통신사는 유통점의 어려움을 감안해 장려금을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유통점들은 "인센티브를 50만원으로 높이면 뭐합니까 팔 수 없는데"라고 '무용지물'이라고 입을 모았다(본지 21일자 기사).

#10월24일 = '아이폰6'와 '아이폰6+' 예약판매가 시작됐다. KTSK텔레콤에 이어 LG유플러스가 처음으로 아이폰을 출시했다. 아이폰 가입자가 가장 많은 KT와 SK텔레콤은 지키기에, LG유플러스는 빼앗아오는데 집중했다. 해외에도 돌풍을 일으킨 아이폰6으로 긴장했는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출고가를 낮추거나 이동통신사와 함께 지원금을 늘렸다. 요지부동이던 스마트폰 가격이 아이폰6 출시를 계기로 내려간 것이다.

#10월31일 = 아이폰6와 아이폰6+가 국내에 출시됐다. 아이폰 가입자가 초기에 몰리는 점을 고려해 KT와 SK텔레콤은 주말에도 전산을 열어 자사 가입자를 대상으로 기기변경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기기변경만 가능하면 KT와 SK텔레콤 아이폰 가입자를 빼앗아올 수 없는 LG유플러스는 반발했다. 주말에 전산을 여는 것은 이동통신 3사간 합의로 이뤄지나 KT와 SK텔레콤은 기기변경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LG유플러스는 번호이동까지 열어달라고 요구했고 주5일제와 시장과열을 이유로 주말에 닫혔던 번호이동은 이례적으로 11월 1·2일 열리게 됐다.

영업이 끝난 후 번호이동시장 결과, LG유플러스는 4446명의 순증을 기록했고 SK텔레콤과 KT는 각각 726명, 3720명의 순감을 나타냈다. 아이폰6 출시날 가입자가 없는 LG유플러스가 아이폰6 가입자 일부를 빼앗아온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11월1일=아이폰6 가입자를 빼앗기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KT와 SK텔레콤은 1일 저녁부터 아이폰6에 대한 장려금을 높이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도 따라갔다.(반대일 수도 있다. LG유플러스가 아이폰6 가입자 빼앗기에 적극적으로 나서 리베이트를 올리고 KT와 SK텔레콤이 따라갈 수 있으나 KT와 SK텔레콤의 지키기가 먼저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6 16GB 번호이동을 중심으로 장려금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일부 대리점과 판매점의 고민이 시작됐다.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많이 팔면 과태료보다 더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폰6 16GB에 대한 장려금만 유독 70만원까지 오르자 '새벽 묻지마 아이폰 판매'를 단행하는 대리점과 판매점이 생겼다. 1일과 2일 주말에도 전산을 열어둔 것도 새벽에 묻지마 아이폰 판매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였다. 소문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새벽에 팔았지만 소문은 인터넷을 타고 급속도로 퍼졌고 '새벽 묻지마 아이폰 판매'에 동참하는 대리점과 판매점이 생겼다.

리베이트가 70만원까지 오르면 소비자에게 40만원을 주더라도 대당 30만원 가량 남았다. 100대만 팔아도 3000만원을 번다. 최대 과태료 1000만원을 내더라도 2000만원이 남는 셈이다. 게다가 개통량이 많으면 추가적인 리베이트도 받을 수 있으니 위험을 무릎 쓸 만했다.

#11월2일= 단통법은 무용한가. 단통법이 없다면 '아이폰6 대란'은 불법이 아니다. '아이폰6 대란'처럼 각종 대란이 많아질 것이다.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호갱님'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더 잦아지는 셈이다. 물론 '정부는 뭐하냐'라는 비판이 커질 경우 단통법이 없을 때처럼 소비자 차별을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이용자 차별행위 금지조항)을 근거로 이동통신사를 처벌할 수 있다. 이는 이미 단통법을 만들기 이전에 되풀이된 행위였다.

반면 단통법이 있는 지금, 이번 같은 경우는 모두 불법이다. 불법에 따른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 이동통신사나 유통점 모두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단통법에는 형사처벌 규정은 없으나 범죄자라는 '찜찜함'을 안고 살아야 한다. 정부는 '형사고발'까지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대안은? 이번 '아이폰6 대란'처럼 특정 제품에만 장려금을 올리면 유통점이 불법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 이를 보완해 다시 대란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면 된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시장을 법으로 해결하라고 할수록 법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법을 모두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위법에 따른 제재를 감수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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