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재기에 삼성전자 5%대 급등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황국상 기자 | 2014.10.31 16:58
외국인들이 10월 마지막 거래일에 코스피시장에서 2700억원 넘는 주식을 사들이면서 목마른 증시에 모처럼의 단비를 내려줬다. 외국인 매수는 이 달 들어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정작 주식시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외국인 매수자금 가운데 무려 97%가 삼성전자를 사는 주문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코스피가 아니라 삼성전자만 샀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들이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2730억원으로 지난 8월13일(4110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24일의 경우 외국인 순매수가 3555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시간외 블록딜로 거래된 한국전력 자사주가 있었기 때문에 정규시장에서는 순매도였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날 코스피시장으로 유입된 외국인 매수자금이 모두 삼성전자로 빨려 들어갔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순매수한 삼성전자 주식은 총 21만2636주인데, 금액으로 환산(종가기준)하면 무려 2645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순매수 가운데 97%가 삼성전자 매수주문이었다는 얘기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6만3000원(5.33%) 오른 124만4000원으로 마감했으며 시가총액은 하루만에 9조2798억원이 회복(종가기준 183조2403억원)됐다.

거래량도 전날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72만주로 치솟는 등 전형적인 반등 패턴이 연출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28일 109만1000원에서 이날 124만4000원으로 14% 상승했다. 최근 3일간 외국인 순매수는 40만594주로 집계됐으며 이 기간 순매수금액은 4818억원에 달했다.

반면 시장 전체적으로는 보면 삼성전자만 뜨거웠을 뿐, 나머지 종목들로는 외국인 매수의 낙수효과가 없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상승한 종목은 340개, 하락한 종목은 467개에 달했다.

시점을 앞당겨 보면 외국인 자금의 삼성전자 쏠림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 9월부터 현재까지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136만주 이상 순매수했다.

금액으로는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가 2조7000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보면 이런 쏠림현상은 더욱 정도가 심해 보인다.


◇외국인, 삼성전자 올인 배경은

외국인 매수배경을 한 마디로 풀기는 어렵다. 일단 대형주 가운데 먼저 조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가격메리트'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현대차, 기아차를 비롯해 낙폭이 더 컸던 종목이 많기 때문에 적절한 답은 아니다.

다음으로는 삼성전자의 배당확대 가능성에 주목한 자금유입 가능성이 있는데, 이 역시 100% 맞는 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보다는 오히려 실적반등 가능성에 주목한 자금이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삼성전자 추세를 보면 일단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배당확대 가능성을 언급한 후 반등이 시작됐다"며 "배당확대는 긍정적인 이슈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배당만 가지고 주가가 이렇게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3일간 14% 가량 상승했다. 배당확대가 이뤄진다 해도 시가배당률 측면에서 보자면 상승폭이 지나치다는 게 이 센터장의 판단이다. 배당이 이슈였다면 앞서 배당강화 정책을 밝힌 네이버나 현대차 등도 동반 상승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 가능성에 외국인들의 시선이 몰렸을 수 있다"며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계열사 주가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삼성SDS 상장효과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매도했는데…기관 매니저들 '패닉'

삼성전자 주가가 가파른 반등세를 보이면서 당혹스러워진 것은 기관 투자자들이다. 기관들은 이달 20일부터 10거래일간 37만주 이상을 팔았다. 특히 증권사들의 매도물량이 많았던 만큼 충격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매니저는 "3분기 실적을 보고 당분간 추세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세가 급격히 붙으며 가격이 오른 상태라 물량을 되사기도, 계속 처분하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등으로 기관들이 당황해하고 있는 건 사실이며, 당분간 '외국인매수-기관매도'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기관들은 삼성전자의 성장한계를 보고 있고, 반대로 외국인은 실적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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