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세상을 떠난 고(故) 신해철(46)의 발인일인 31일 오전 8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이날 발인미사는 특별하게 진행됐다. 발인미사 도중 신부가 이례적으로 고인의 기요 노래가사를 길게 읊는 일이 벌어진 것.
"고인과 일면식은 없지만 저 또한 그의 노래를 들으며 20대를 보냈다"며 운을 띄운 신부는 "우리는 그의 노래를 통해 사람과 세상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사람과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고 때론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지만 사람과 세상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이라며 고인의 행적을 기렸다.
신부는 이어 "비록 함께하는 삶의 양식이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고인을 기억하고 고인과의 추억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한 고인은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서 함께 있을 것"이라며 "이젠 우리가 고인을 위해 고인의 삶의 철학을 살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인미사는 고인의 유족과 지인, 동료, 팬 등 100여명이 참석해 천주교식으로 엄숙하게 진행됐다. 미처 영결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팬들은 문 밖에서 흐느낌과 기도로 고인을 추모했다.
서태지는 추도사를 통해 "형에게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멋지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원하던 음악 실컷 하길 바라고 많은 분들이 신해철이라는 이름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구차량이 떠난 한참 뒤에도 수십명의 팬들이 차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생전 작업실을 거쳐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추모관에 안치될 계획이다.
고인은 서울아산병원에서 22일 오후 3시간여에 걸쳐 장 내에 발생한 염증 등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27일 오후 8시19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생을 마감했다.
한편 고인은 서강대 철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 밴드 무한궤도 멤버로 출전, '그대에게'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고인은 무한궤도로 첫 앨범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발표하며 데뷔해 활발히 활동했다.
특히 지난 6월엔 7년만의 솔로앨범 '리부트 마이셀프(Reboot Myself) 파트1'를 발표했고 지난 9월엔 재결성된 넥스트의 이름으로 신곡 '아이 원트 잇 올' 데모 버전을 선보이는 등 활발한 음악활동을 재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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