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건설현장, '우기·인력확보'와의 싸움

머니투데이 팍세(라오스)=김지산 기자 | 2014.10.29 06:48

["세계속에 '한국건설의 魂' 심는다 2014" - <1>동남아시아(하)]④현지인 확보 위해 컨소시엄 구성하기도

동남아시아애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건설기업들은 우기에 곤혹을 치른다.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진행 중인 수력발전 건설 현장. 집중호우가 계속되면서 현장에 자연개천이 생겼다./사진제공=SK건설
"동남아시아 건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우기에서 갈린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서부 외곽 분당급 신도시 'BSD시티' 내 이온몰 건설현장 책임자인 손창목 소장은 곧 시작될 우기 걱정에 잠을 못 이룰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아직도 지난해 우기를 생각하면 몸서리를 친다는 게 손 소장의 얘기다.

지난해 10월 우기 시작과 동시에 공사에 들어갔다. 5600여개 파일을 지하 10m 이상 박아넣는데 하늘에선 구멍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졌다. 하루에 몇 시간씩 때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통에 공사장은 난장판이 됐다.

파일을 실어오는 차량이 공사장 입구에서부터 진흙에 미끄러져 헛바퀴만 돌뿐 좀처럼 이동하지 못했다. 파일 작업 두 달간 소장부터 모든 사무실 직원까지 나서 진흙탕에 빠진 트럭을 밀고 공사장 밖으로 나가는 차량의 흙 묻은 바퀴를 닦아냈다.

손창목 소장은 "인도네시아 우기는 11월에 시작해 2∼3월이면 끝났는데 최근 몇 년새 5월까지 이어지는 등 종잡을 수가 없어 공사일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SK건설 라오스 수력발전 건설현장. 라오스 우기는 인도네시아와 정반대다. 5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폭우가 멈추지 않는다. 2012년 8월에는 9일간 쉬지 않고 물폭탄이 쏟아졌다. 직원숙소에서 현장으로 가는 교량이 물에 잠겨 직원들은 9일간 숙소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최관용 현장소장은 "비가 오는 동안 공사를 진행할 수 없어 속이 타는데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우기가 끝나면 공사에 속도를 내는 것 외에 비에 대비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했다.

현지 시장정보나 대관업무에 필요한 현지인력 구하기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자카르타에서 세인트레지스호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쌍용건설의 경우 인력수급을 위해 아예 인도네시아 현지 건설업체 토탈린도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쌍용건설과 토탈린도가 각각 지분 80%와 20%를 보유한다.

토탈린도는 시공 일부에 참여하지만 정말 중요한 업무는 현지 기술인력과 대관인력 수급이다. 현지인력은 3∼4개월간 공사현장에서 일해 번 돈으로 고향에서 가족들과 수개월을 함께 지낸 뒤 돈이 떨어지면 다시 현장을 찾는 일이 다반사다.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를 몇 차례 겪은 뒤 쌍용건설이 택한 방법이다. 김재진 현장소장은 "인도네시아인 다수가 낙천적이라 악착같이 일해 돈을 벌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다보니 적절한 인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 설명했다.

교육수준이 낮은 라오스에서 SK건설은 고급인력이라고 생각되면 닥치는 대로 흡수한다. 팍세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프런트직원을 설득해 현지 스태프로 채용하는가 하면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에서는 은행직원을 포섭했다. 현지 근로자 봉급에 비해 SK건설현장 급여가 월등히 높아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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