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의 산실 현대차 환경차개발센터

머니투데이 화성(경기)=양영권 기자 | 2014.11.01 06:00

[르포]현대차 환경차개발센터… 전기차·PHEV 등 한국 '미래車'의 산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양채모 전기차성능개발팀장(오른쪽)이 쏘울EV에 충전 시험을 보이고 있다. 급속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24 분에 불과하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말 시동이 켜진 게 맞나요?"

경기 화성시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기아자동차 쏘울EV(전기차)를 시승했다. 시동 스위치를 눌렀지만 스위치에 붉은 등이 켜진 것을 제외하고 진동이나 소음이 이는 등 어떠한 변화도 없자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쏘울 EV는 남양연구소 내 국내 최대인 4.5km 길이의 자동차 성능 시험장인 고속주회로에 올랐을 때 진가를 발휘했다. 엑셀러레이터를 밟자 시속 140km까지 금세 올라갔지만, 바람소리 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진동도 없이 오직 노면을 달리는 느낌 뿐이었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다르게 급경사에서도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밟으면 밟는 대로' 내가기 때문에 운전하는 재미도 탁월했다. 양채모 현대차그룹 자동차부문 연구개발본부 전기차성능개발팀장은 "이 차 그대로 쏘울EV가 이달 말부터 북미 지역에서 판매된다"며 "쏘울이 미국 박스카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모델인만큼 전기차 신화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연구소의 한 켠에 자리잡은 환경차성능개발실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는 곳이다.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환경차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연구소 전체 직원 1만여명 가운데 환경차 개발에만 몰두하는 직원은 700여명이다. 심현성 환경차성능개발실장은 "이밖에 설계센터나 시험센터 등도 환경차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연구소 모든 인력이 환경차 개발을 지원한다고 봐도 된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의 역사는 23년 전인 1991년 쏘나타 전기차를 개발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기차는 배터리 부피도 트렁크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였고, 최고시속 60km 정도에 주행 가능 거리가 100km에 불과했다. 쏘울EV가 나오기까지 4개의 전기차가 더 있었다. 기술 개발을 거듭한 끝에 쏘울 EV는 최고 속력이 시속 145km에 이를 정도로 발전했다.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는 도심 주행에서 235km, 고속 주행에서 183km에 이른다. 복합 주행거리는 211km다. 이 수치의 70%인 '인증 주행거리'는 148km로, BMW i3 132km를 크게 앞선다.

현대차그룹의 환경차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심현성 환경차성능개발실장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터와 엔진클러치 등의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자동차 메이커마다 앞다퉈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지만 현대차 쏘울EV의 기술력은 전기차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게 배터리다. 쏘울의 배터리는 킬로그램당 200와트아우어라는 세계 최고의 셸 밀도를 달성했다. 배터리 셸의 밀도가 높을수록 작은 배터리 공간이 필요하다. 배터리 안전성은 불에 넣거나 망치로 못을 박아도 폭발하지 않을 정도이고, 차가 침수되면 전기 이동이 자동으로 차단된다.

에어컨의 기능과 정반대로 겨울철에 외부의 열을 빼앗아 내부를 덥히는 '히터 펌핑 시스템'과 브레이커를 밟거나 내리막길을 갈 때 전기를 만들어 내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회생제동장치' 등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구조상 소울EV는 배터리를 차량 바닥에 설치했다. 뒷부분에 배치한 세단형에 비해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후면 충돌시 더 안전하다고.


소비자의 반응 또한 뜨겁다. SK네트웍스의 SK렌터카는 쏘울EV 10대와 레이EV 10대를 제주 지역에서 렌터카로 운영하고 있다. 전기차 이용 전 후 소비자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이용 전 전기차에 부정적인 의견이 24.9%였지만, 이용 후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전무했다. 긍정적인 의견은 이용 전 47.1%에서 이용 후 88.2%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용자들은 전기차의 장점을 주로 '승차감'을 꼽았다.

현대차는 전기차 외에도 1995년 FGV-1 콘셉트카를 시작으로 지난해 그랜저·K7 하이브리드까지 총 7종의 하이브리드카를 내놨다. 연료전지차는 이미 2000년 싼타페 모델을 기반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출시하면 현재 자동차업계가 내놓은 모든 종류의 환경차를 내놓게 된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자동차역사관에 있는 'R&D의 얼굴'. 남양연구소 설립 때부터 이곳에 근무한 연구원들의 얼굴 사진을 모았다. /사진=양영권 기자
하이브리드 차도 현대차의 기술이 돋보이는 분야다. 하이브리드차는 모터와 배터리, 내연기관, 변속기 등의 부품이 모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각 부품의 부피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현대차는 엔진 모드에서 모터 모드로 순간적으로 변환시켜주는 엔진클러치 기술을 통해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보다 모터 크기를 30%정도 줄일 수 있었다.

심현성 실장은 "20년 넘게 연구해 온 환경차 관련 기술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에 차량 완성도 면에서 어느 글로벌 메이커의 자동차 못지 않다"며 "배터리 등 국내 다른 업체들의 기술과 시너지를 일으켜 미래 자동차 분야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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