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등급 모뉴엘, 매출채권으로 2.5조원 조달...브레이크는 없었다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 2014.10.27 06:29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가전업체 모뉴엘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채권을 활용한 ‘팩토링’으로 덩치를 키우기 시작한 가운데 당시 모뉴엘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인 ‘BB-’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체신용으로는 회사채 발행도 못하는 모뉴엘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매출채권을 금융권에 넘기고 조달한 현금은 무려 2조5000억원에 달한다. 보증기관과 금융기관들이 보증과 대출과정에서 부실 심사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 및 관련기관에 따르면 모뉴엘은 2010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전용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에 참가, 연 8.5%의 금리로 3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중기전용 ABS는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들의 일반회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SPC(특수목적회사)가 전량 매입한 이후 이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다.
당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의 모뉴엘 채권신용평가등급은 투기등급인 ‘BB-’였다. 사실상 자체 신용으로는 회사채도 발행할 수 없는 투기등급 회사였던 셈이다.

하지만 모뉴엘은 2010년부터 매출채권에 대한 무역보험공사와 기술보증기금의 지급보증을 받아, 매출채권을 은행에 넘기고 현금을 조달하는 이른바 팩토링을 통해 급성장을 시작했다.


현재 가공매출로 의심받고 있는 매출채권을 활용한 팩토링으로 모뉴엘이 조달한 현금은 2009년 714억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2779억원으로 확대된다. 이후 2011년 3888억원, 2012년 7462억원, 2013년 1조580억원으로 팩토링 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모뉴엘은 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도약했다.


ABS를 운용하는 개별 SPC는 매분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ABS사업보고서와 해당 기초자산 현황을 공시한다. 투기등급인 모뉴엘의 채권신용등급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보증기관과 은행들이 애초부터 해당기업의 신용등급 등 기초적인 사항에 대한 꼼꼼한 확인없이 매출채권에 대한 보증과 대출을 감행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9월말 기준 모뉴엘에 대한 금융권의 총여신은 약 6100억원이다. 심지어 중기전용 ABS의 업무수탁자인 KDB산업은행은 모뉴엘에 은행중에선 두 번째로 많은 1100억원 정도의 여신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증기관과 은행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급보증을 선 무보 관계자는 “보증서는 은행의 수출실적 확인서를 토대로 발급하고 회사채 발행 내역이나 신용평가 등은 따로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산업은행 관계자는 "무보와 기보가 기업의 보증금액을 확정할 때 신용 등을 함께 평가한 뒤 보증을 서주면 은행은 이를 토대로 대출해주는 방식“이라고 맞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뉴엘이 매출 1조 규모로 성장하는 동안 보증기관이나 은행 중에서 그 누구도 회사의 실체를 제대로 알려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는 결국 현 사태를 공조한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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