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계 병원에 아랍 환자가 300% 늘어난 비결은?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14.10.25 06:55

1인실 병상 가동률 100%, 22곳 중 15곳 아랍 환자…아랍어 통역 없어서 못 구할 정도

지난 2월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병원에 입원한 자국 환자를 위로하고 있다./사진=서울성모병원

#지난 23일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3층 국제진료센터. 아랍 전통 의상인 흰색 토브를 입은 남성 3명이 센터 앞 대기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읽고 있었다. 진료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이번에는 검은색 차도르를 입은 여성이 자신의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광경만 봐서는 여기가 한국 병원이 맞는지 착각이 들 정도다. 성모병원은 아랍권 환자가 지난해부터 급증하자 지난 8월 급기야 1층에 있던 국제진료센터를 3층 비뇨기과 병동으로 옮겼다. 공간이 한층 더 넓어졌지만 진료센터 안은 여전히 외국인 환자들, 특히 아랍권 환자로 붐비고 있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올 들어 아랍권 환자들이 더욱 늘어 병원 1층 로비가 두바이 국제공항 같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며 "매일 평균 40여명의 아랍권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 환자들이 한국의 차별화한 의술로 치료를 받기 위해 잇따라 한국을 찾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342명에 그쳤던 UAE(아랍에미리트) 환자는 지난해 1151명으로 1년 새 236%나 늘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0% 이상 늘어난 3400명 이상의 아랍권 환자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가 아부다비 보건청과 환자 송출 계약을 맺은 뒤 한국 병원을 다녀간 아랍권 환자들이 한국의 의료 서비스를 호평하면서 아랍 전역에 의료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울성모병원은 아랍 환자 유치에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병원 외국인 환자 수익 중 UAE 입원 환자 수익은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들 환자의 80%는 중증 질환자로 환자 1인당 평균 6000만원에서 최고 3억원까지 진료비를 내고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성모병원은 최근에는 UAE 아부다비에 직접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는 계약도 맺었다. 이 검진센터에서 검진 중 문제가 생긴 환자는 곧바로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는 구조다. 성모병원은 이 검진센터 운영으로 연 매출만 수 백 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본다.

성모병원이 가톨릭재단 계열 병원인데도 이처럼 아랍 환자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특화된 조혈모세포이식 기술과 세심한 서비스 덕분이다. 성모병원은 아시아 최초로 조혈모세포이식 수술 5000례를 달성했을 정도로 독보적인 치료능력을 갖고 있다. 백혈병이나 아랍인에게 유독 많은 지중해성 빈혈 치료도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아랍권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병원 21층 1인실 병동은 아랍 환자들이 몰려들며 그들만을 위한 시설도 따로 만들 정도다. 메카를 향해 기도할 수 있는 기도실은 물론 환자 보호자들끼리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식사하길 원하는 수요에 맞춰 휴게실까지 마련했다.


가톨릭계 병원의 특성 상 병실마다 걸려있던 십자가를 떼는가하면 아랍 여성 환자가 입원한 병실에는 '남성들은 출입하지 말아달라'는 안내판도 붙였다. 수시로 할랄(HALAL)음식 품평회를 열어 환자와 보호자들의 입맛에 맞는 식단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배려에 힘입어 성모병원 21층 1인실 22개 병실 중 15개 병실은 아랍 환자들이 입원해있다. 이곳의 유명세가 알려지며 지난 2월 한국을 찾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이 병원을 일부러 다녀가기도 했다.

아랍 환자들의 방문이 급증하자 가장 일손이 부족한 인력은 아랍어 통역이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현재 5명이 아랍어 통역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전문 의학용어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통역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며 "이런 이유로 아랍어를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는 의학용어 스터디 그룹까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서정민 교수는 "아랍권 일부 국가는 여성 혼자 해외여행을 나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한국으로의 의료 관광은 전 가족이 오는 경우도 많아 부가가치가 한결 높다"며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 아시아의 다른 의료 관광 국가와 경쟁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의료 관광 시스템을 더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3. 3 차 빼달라는 여성 폭행한 보디빌더…탄원서 75장 내며 "한 번만 기회를"
  4. 4 "390만 가구, 평균 109만원 줍니다"…자녀장려금 신청하세요
  5. 5 "6000만원 부족해서 못 가" 한소희, 프랑스 미대 준비는 맞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