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가장 큰 적은 정책 무용

머니투데이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 2014.10.22 10:00

[머니디렉터]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시장풍향계]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글로벌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 슈퍼 달러(super dollar), 중국의 성장 둔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정책으로 더 이상 경기를 살릴 수 없다'는 두려움이 위험자산을 던지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정부와 중앙은행은 정책 발휘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쏟아 부었다. 일본의 경우는 한술 더 떠서 어떻게 해서든 인플레이션을 만들 테니 '방석 아래에 깔고 앉아 있는 돈을 써라'라는 협박성(?) 정책을 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압력은 지속되고 있으며, 유럽은 최근 7년간 세 번째 위기론에 당면하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써도 민간이 부채와 소비 확대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몇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이미 가계는 부채를 더 늘리기 힘들 만큼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과 중산층 붕괴로 인한 수요의 구조적 후퇴를 이유로 들기도 한다. 혹자는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겉으로는 완화정책을 펼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융경색을 더 두려워한 나머지 은행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이유야 어쨌든, 최근 급락하고 있는 원자재와 심리 지표를 보면, 정책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장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위험자산을 쥐고 있을 이유가 별로 없어진 것이다. 정책 무용론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푼들 성장률만 일시적으로 올릴 뿐 내수 회복과 자산시장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팽배하다. 정책 무용론은 곧 패배의식과 같은 것이다. '백약이 무효'라는 심리가 퍼지면, 유럽도 우리나라도 과거 일본의 모델을 따라가게 된다.


시장의 심리를 추적하는 지표들을 보면, 그 수준이 대부분 '극단적 공포'(extreme fear) 수준까지 하락해있다. 9.11테러나 리먼의 파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같이 세상을 흔들 만한 이벤트가 없음에도 이런 수준을 나타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위기까지 끌어다 시장에 반영할 만큼 패배의식이 시장 저변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어쨌든 돈을 풀 것이고, 우리 정부 또한 내수 부양을 위한 여러 정책을 줄기차게 펼쳐 나갈 것이다. 새로운 정책이 다시 구체화되면 시장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정책 무용론이 지속되고 있는 이상, 위험자산을 오래 보유하고 가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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