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고용기금, 1700억 뺏겼다 "고용보험료 오르나?"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정진우 기자 | 2014.10.22 06:01

2015년 고용보럼기금 중 고용안정 재정수지 급격히 감소...일반회계에서 이관도 잦아 문제




정부가 국정 과제 수행을 위해 고용보험기금을 과도하게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원 부담에 대한 명확한 기준없이 일반회계와 고용보험기금을 혼용하면서 기금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정작 실업급여 지급 등을 위해 고용보험기금의 보험료를 올려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고용보험기금을 올해보다 649억원(0.6%) 줄어든 11조2261억원으로 편성했다.

고용보험기금은 근로자들과 사업주가 내는 고용보험료를 재원으로 실업급여와 직업훈련, 고용장려금, 육아휴직 등을 지원한다. 이 기금은 고용보험법에 따라 크게 4개 사업(임금근로자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임금근로자 실업급여사업, 자영업자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자영업자 실업급여사업)에 쓰인다.

내년도 기금 역시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2조5801억원 △실업급여 4조2745억원 △모성보호육아지원 8047억원 △자영업자 64억원 △고용보험사업운영 1023억원 △여유자금운영 3조4581억원 등의 사업에 배분됐다.

문제는 임금근로자에 대한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의 재정수지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 이 분야에서 지출되는 사업비가 크게 늘어난 탓인데 2012년 6445억원이었던 재정수지 흑자가 지난해 3081억원으로 줄었고 올해엔 1988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내년에는 323억원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 정부 들어 3년만에 1/20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 따라 대량실업 발생 등에 대비한 준비금으로 적립해야하는 여유자금 비중이 2012년 2.3배에서 올해 1.8배로 떨어졌고 내년엔 1.6배로 하락할 전망이다.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량실업에 대비해 해당 연도 지출액의 1.5배 이상 2배 미만의 기금을 적립해야한다.

만일 적립금 배율이 1.5배 미만으로 떨어지면 고용보험료율을 올려 재정수지를 맞춰야 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임금 근로자나 사업주에게 돌아간다.


이처럼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의 지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건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인 △일·학습병행제도 △교대제전환 지원 △정년 60세지원 △시간선택제 일자리 △비정규직 지원 등에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엔 이들 사업에 필요한 예산 중 1695억원(6개 사업)이 일반회계에서 고용보험기금으로 이관돼 부담이 더 커졌다. 고용부가 일반회계와 고용보험기금을 구분하지 않고 재원을 활용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고용센터 직업상담원 인건비를 지원하는 고용센터 인력지원(442억원)이 기금으로 이관됐다. 국가고용 인프라 확충은 국가가 수행해야 할 영역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일반회계에서 부담해야 한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부담한 기금을 재원으로 사용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 청년과 중장년 인턴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953억원)이 기금으로 넘어갔는데 이 역시 고용보험법이 정규직 일자리 신규 창출 등 인건비 지원 조건을 두고 있는 취지를 고려할 때 기금으로 추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을 통한 지출확대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건 고용보험기금 재정 수지가 악화될 경우 고용보험료율 인상으로 재원조달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라며 "고용부 내에 일반회계와 고용보험기금을 통한 재원조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재정운용의 투명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이와관련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모두 짚어본 항목이고, 일반회계에서 고용보험기금으로 이관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 사업의 경우 고용보럼기금을 일반회계로 넘겨 쓰고 있기 때문에 부처 상황에 따라 일반회계와 기금의 혼용은 상황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동안 고용보험기금 재정부담과 기금운용의 수익자부담원칙 등을 고려해 고용보험기금 목적에 부합한 사업들만 일반회계에서 이관했다"며 "명확한 기준을 통해 기금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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