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칸왈 행장이 사택으로 활용하고 있는 서울 이태원동 주택의 소유주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녀 구모씨다. 구씨는 지난 2013년 11월 이 주택을 구입했다. 대지 824.8㎡(249.5평), 건평 493.67㎡(149.3평)에 2층 규모의 이 주택은 박 전 회장이 자택으로 활용하던 곳이다. 올해 1월 기준 주택공시가격은 44억3000만원이다.
해태그룹 총수 일가의 자택이었던 이 곳은 그동안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지난 2001년에는 경매에 부쳐지기도 했다. 이후 소유주는 박 전 회장의 처남, 부인 등으로 변경됐다가 구씨의 소유로 넘어왔다. 공교롭게 이 주택은 구본무 회장 자택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구씨가 이 주택을 매입한 이유로 추정된다. 하지만 구씨는 주거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지 않았다.
구씨는 지난 6월9일 이 주택의 근저당설정을 맺는다. 근저당권자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채권최고액이 15억4000만원이다. 구씨가 근저당설정을 맺은 직후인 지난 6월19일 칸왈 행장은 주소지를 이 곳으로 옮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칸왈 행장의 사택 보증금으로 지급한 금액이 채권으로 설정됐다. 본격적인 임대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인도계 싱가포르인인 칸왈 행장이 한국에서 거주할 집을 구하는 데는 전혀 문제없지만, 대기업 총수 일가에서 소유한 주택을 임대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관계자는 "칸왈 행장이 주거 목적의 집을 구하기 위해 여러 곳을 알아본 것으로 알고 있으며 LG그룹 총수 일가의 집인지는 알지도 못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칸왈 행장의 사택이 '호화 저택'이라는 논란이 나온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노조에 따르면 칸왈 행장은 10억원대 보증금에 연간 수억원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고 있다. 모두 은행에서 부담하는 금액이다. '품위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최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상황을 감안하면 과도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 은행은 수익성 악화로 특별퇴직 등 인력조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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