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선장(68)이 세월호 참사 직후 공황상태가 아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 선장이 사고 당시 공황상태였는지 여부는 살인죄 등 혐의가 인정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20일 열린 이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27회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은 1등 항해사 신모씨(34)는 사고 당시 이 선장의 상태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다거나 완전한 공황상태는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배가 기울어진 직후 조타실에 모였던 선원 중 한 명인 신씨는 "이 선장이 조타실 내 해도대 옆에 줄곧 쪼그려서 많이 떨고 있었고,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고 초기에는 '엔진을 멈춰라', '발전기를 어떻게 해 봐라' 등 여러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진술은 사고 당시 육체적·정신적으로 정상인 상태가 아니었다는 이 선장 측 주장과 상반된다. 세월호에 처음 승선했다가 참사를 겪은 신씨는 사고 직후 해도대 옆에 머물며 이 선장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신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과정에서 "소방관이 불을 끄다가 죽을 것 같아서 나왔는데 무슨 잘못이냐"는 취지로 말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신씨는 이같은 말을 했냐는 검사의 질문을 받고 "그런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다"면서도 "'무슨 잘못이냐'는 뜻 보다는 그런 상황이 내가 고의적으로 유기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초기에는 (승객 구조를 위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도 처음부터 혼자 살 생각만 했다고 얘기해서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며 "돌이켜 보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한편 신씨는 승객 퇴선 명령을 내렸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신씨는 "2등 항해사 김모씨가 여객부에 여러 차례 퇴선을 지시하는 방송을 했지만 무전기에서 나오는 (여객부가 대답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피해자 진술 등을 거쳐 27일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구속만기일이 다음달 14일인 점을 고려, 다음달 초나 중순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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