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의' 어긋나지 않는 상표권 관리도 중요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14.11.12 10:49

40년 고민 끝에 상표 바꾼 '청정원'… 법망피한 '차용'보다 '창작' 우선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도 널리 쓰이는 쇼핑 용어 '블랙프라이데이'를 한국의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가 자신들만 쓸 수 있는 상표로 등록한 데 대해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상표가 주요 자산임에는 틀림없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피하고 검증하는 일도 상표권 등록 못지않은 중요한 점으로 인식하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식품종합기업 대상은 '청정원'이라는 상표로 기업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미원'에서 '청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기 까지는 40년이 걸렸다. 소비자가 흔히 알고 있는 보통명사를 쉽게 차용할 수도 있었지만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선택해 새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대상은 간장과 고추장 등 장류도 생산했지만 '미원'이라는 조미료가 너무 강하게 각인된 탓에 성장동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상은 1996년 결단을 내린다. 1956년 출시해 사명까지 함께 쓰던 '미원'에서 창사 40년만에 '청정원'이라는 브랜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조미료만을 잘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벗고 대상그룹 청정원으로 새롭게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 '청정원'이라는 상표로 조미료 회사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지난 5월에는 청정원의 BI(브랜드 로고) 등을 18년만에 대대적으로 교체하며 식품전문기업 이미지를 강화했다.

대상그룹의 사례는 상표권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상은 이 같은 기억을 기반으로 식품업계에서 브랜드와 기업이미지, 상표권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법망을 피하는 적당한 차용'보다는 '창작'이라는 선택을 했다.

상표권을 특허청에 등록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0만원 남짓. 하지만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으면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등록 과정은 만만치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조사. 신제품을 내놓을 경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같은 상표나 유사 상표 존재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제품 컨셉트에 '딱 들어 맞는' 이름을 찾았다 해도 이미 특허청에 등록이 돼 있으면 허사다. 비슷한 이름을 내걸어도 기존 업체와 혼동을 줄 우려가 있으면 등록이 되지 않는다.


상표권 출원에서 등록까지는 1년 가량 걸린다. A라는 제품의 상표를 출원하면 3개월간 법률에 정한 로고 견본이나 제품이름 등에 대해 방식심사라는 것을 거친다. 이어 특허청에서는 선등록 등이 없어 실제로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지 여부 등을 따지는 실체심사를 6개월 이상 실시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특별히 문제가 없으면 특허청은 출원공고를 내지만 혹시라도 발견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2개월간 이의신청을 받는다. 이의신청이 끝나면 비로소 상표 등록이 결정된다. 등록비를 납부하면 10년간 상표권을 소유한다. 하지만 10년마다 갱신하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상표권을 가질 수 있다.

신제품을 내놓고도 상표권 때문에 출시가 늦어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표 출원부터 제품 판매는 가능하다. 정교상 대상 품질기획팀 상표권 담당은 "추후 문제 발생을 피하기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표권 충돌이 없는 지 샅샅히 뒤진다"며 "정말 필요한 이름이 선등록된 경우는 기존 등록인을 찾아 상표권을 사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등록도 동시에 진행되는데 상표권에 관한 마드리드 국제협정 가입국에는 별 탈이 없으면 한번에 등록된다"며 "협정 가입국이 아니면 향후 진출 예상국 등에 일일이 등록과정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상표권 등록은 '선점' 개념이지만 그렇다고 한번 등록했다고 영원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등록 후 3년 안에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된다. 정교상 대상 상표권 담당은 "드물기는 하지만 정말 갖고픈 상표가 있으면 3년을 기다려서라도 따내는 경우가 있다"며 "잘 키운 상표권 하나가 회사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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