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살아야하는데…" 탄식 쌓이는 진도 주민들

머니투데이 진도(전남)=박소연 기자, 김유진 기자 | 2014.10.16 05:18

[세월호 6개월]전년比 관광객 43% 줄어…수입 30% 이하로 급감

세월호 183일째인 10월14일 오후 한산한 진도군 읍내 모습/ 사진=박소연 기자
진도에서 7년째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장사가 안 되는 해가 없었다는 이모씨(50·여). 예전에는 하루에 30개를 출하했던 진도 멸치 택배박스가 이제는 하루에 한 개 꼴로 나갈까 말까다.

이미 올해 판매할 물량을 다 사놓고 주문을 기다리지만 진도산이라는 스티커가 붙는 순간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90%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이씨의 가게는 '진도'라는 지명 때문에 장사가 안 되고 있다.

"솔직히 그렇게 큰 사고가 난 물에서 나온 거 먹기 꺼림칙하다는 거 아니에요. 아시다시피 세월호 사고 현장까지 고속정을 타고 2시간 걸리잖아요. 우리가 잡아서 파는 멸치나 해산물은 그쪽을 지나가지도 않고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

국회나 지자체에서 추석 때 진도 특산물을 매입하는 '진도 경제살리기 프로젝트'가 진행됐지만 군청에서 만든 쇼핑몰에 입점된 17명의 사업자만 4억원의 소득을 올렸을 뿐, 100여명의 도·소매업자들은 한 푼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소득은 3분의 1로 떨어졌지만 생활지원금 등도 나오는 것이 없어 생계가 막막한 상태다.

이씨는 "실종자 가족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우리 생계가 유지가 안 되니 그들이 미워지더라"며 "우리가 그들에게 나가달라는 얘기도 아니고, 단지 진도체육관에서 철수하고 이제는 우리의 삶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읍에서 택시를 운영하는 황모씨(73)도 열악해진 경제 상황에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황씨는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실종자 가족들을 원망했다.

"진도가 100만 관광객으로 먹고 사는 도시인데 이렇게 장기전으로 끌어가면 어떡하나. 진도는 힘든 게 아니라 완전 다 죽게 생겼다.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야지…."

실제로 진도군에 지난 4월17일부터 9월 말까지 다녀간 관광객 수는 7만19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만6390명보다 43%가 줄었다. 내년에 진도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던 도민체육대전도 체육관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넘겨줘야 할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를 6개월을 이틀 앞둔 10월14일 진도 실내체육관 모습/ 사진=박소연 기자

"진도에 관광객 하나 온 줄 아나요? 그렇다고 생선이나 수산물이 나가길 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산이나 목포 등에서 큰 배 끌고 와서 진도에서 수산물 경매하고 했는데 이제는 그 배들이 진도에 아예 들어오지를 않아요."


진도 군민들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죄인의 심정이었고, 점차 자식 가진 부모의 마음이 돼 본인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했다. 매일 봉사활동을 하러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 나왔고, 두려워서 TV 뉴스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자식들도 먹고 살아야지. 산 사람들은 살아야지. 솔직히 막말로 10명 사망자의 시신을 찾기 위해 아까운 목숨 몇 명이 희생됐습니까. 헬기 조종사, 해경, 잠수사, 공무원들까지….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황씨가 덧붙였다.

그동안 멸치와 미역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던 섬 주민들은 그나마 공공근로 형식으로 군에서 지원을 해 준다. 바다 위를 수색하는 배에는 유류비와 인건비가 지급되며 그 외의 주민들은 한 달에 65만원을 받으며 공공근로를 한다.

조이배 동거차도 이장은 "미역 양식은 유출된 세월호 기름때가 묻어 수확하지 못했고, 멸치 양식장도 걷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주민들이 해상 수색이나 기름 닦는 일 등에 동원돼 일하고 있지만 이미 입은 물질적 피해는 언제 보상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도군청 직원들도 상황이 막막하기는 매한가지다. 군청 직원 294명이 15개로 조를 짜서 하루씩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 밤을 새며 당직을 서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편의를 챙기는 것도 전부 진도군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진도군 세월호 참사 수습지원단에 40억의 예산을 편성해 줬지만 6개월 동안 34억원을 썼다. 그러나 아직 10명의 실종자가 남아있고, 만약 인양을 지금 결정한다고 해도 완료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 민원, 군민들의 원성, 예산 걱정에 정부의 무책임한 방관까지 더해져 진도군청 직원들도 '죽을 맛'이다.

한 진도군청 직원은 "진도군이 생겨난 이래 가장 큰 사고이며 사실 군 차원에서 책임질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라며 "그러나 애초에 이 일이 올해 안에는 안 끝날 거라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담당해야 하니 우리가 해야지 어쩌겠냐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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