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팀장 '2달 프로젝트' 망친 男이사…'그것은 오해다?'

머니투데이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2014.10.13 06:14

[유효상 교수의 직장남녀탐구]<22>'남녀평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

편집자주 | 여자와 남자는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이 다르다.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결정하는 방식, 갈등 해결방식도 다르다.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감정을 처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이는 남녀의 차이는 능력에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갖고 있기에 근본적으로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기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 남녀간에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이라 한다. 과연 직장 내에는 어떠한 사각지대가 존재할까?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할까? 이러한 사각지대를 모두 해결한다면 과연 우리의 조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성별이해지능을 갖춘 남녀가 모든 리더 자리에 그리고 사회 모든 계층에 포진되어 있다면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어쩌면 좋아, 이사님이 우리가 두 달 동안 잠도 못 자고 준비한 프로젝트를 망쳐버렸어. 임원들 질문에 답변도 하나도 제대로 못 하고, 망신만 당했잖아...”

“그러게, 우리가 다 예상했던 질문들이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자료준비 할 때는 봐주지도 않고, 신경도 안 쓰다가, 임원회의에서 발표는 생색내려고 자기가 한다고 할 때부터 불안하더라니…”

“그러나 저러나 이제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몇 달 전부터 야심 차게 준비해온 신규사업에 대한 임원보고 결과가 좋지 않게 결론이 나자,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여자 팀장 둘이서 남자 상사를 원망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여성들은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관심과 피드백을 없었던 남자상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더군다나 자신이 발표를 하겠다는 한 것에 대해 분노까지 치밀었었다.

그러나, 남자상사는 입장에서 보면, 여성직원들이라도 다른 남자부하직원들에게 하듯이 전적으로 부하직원을 신뢰해서 프로젝트를 믿고 맡겼을 것이다. 자신이 임원회의에서 발표하겠다고 하는 건, 자신도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지만 부하직원의 배려차원일 수도 있다. 두 달 이상 자료 만드느라 고생한 부하직원한테 발표까지 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발표를 자신이 한다고 했을 때, 아무 말 없이 동의한 부하직원에게 약간은 실망을 했었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남자와 여자는 일터에서 서로의 의도와 기대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의도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행동들이 고의적인 게 아니라 상대방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 몰라서 생겨나는 오해와 소통의 단절로 인한 결과인 것이다.

요즘 직장에서 이성의 부하직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을 하는 리더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별로 신통치 않은 반응과 결과 때문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남성 리더들이 직장에서 여성직원들을 대하는 타입에는 4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여전히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가부장적인 타입으로, 여성 부하직원을 마치 ‘무수리’로 취급하여 허드렛일만 시키는 리더, 두 번째는 오히려 여성 부하직원을 역차별 하여, 행여나 다칠세라 절대로 힘들거나 어려운 일을 시키지 않고, ‘꽃’이나 ‘공주’대하듯이 하는 훼미니스트 타입의 리더, 세 번째는 남자부하직원과 전혀 차별이 없이 완벽하게 똑같이 대하는 남녀 양성평등주의자 타입의 리더, 마지막 네 번째로는 남녀의 차이를 잘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업무를 안배하는 성별이해지능전문가형(Gender Intelligent) 리더이다.


여성부하직원을 무수리로 대하는 상사도 문제지만, 마치 자신을 대단한 훼미니스트로 착각하여 여성의 진정한 성장을 방해하는 리더도 조직에서는 사라져야 할 리더이다. 문제는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 리더인데, 이러한 사람은 대부분 본인이 아주 뛰어난 리더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남자와 여자는 똑같으리라는 근본적인 가정 때문에 서로에게 잘못된 기대를 하게 되고 그러다 서로 오해하고 갈등이 유발된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고 주장하며 서로를 똑같이 다루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먼지가 걷히고 나면, 여전히 서로를 오해하고 오해 받는 남과 여가 남아 있을 뿐이다. 서로를 가치 있게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 보완해주는 장점을 찾아낼 수도 없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서 잘 안다고 답변한 비율은 단지 9%밖에 지나지 않는다. 남자들이 여자를 이해하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들은 단지 여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무엇을 모르고, 무엇이 문제인지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궁금하지 않다기 보다 오히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조직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남자들에게는 굳이 마이너리티이며,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여자들의 생각과 의도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편, 여성들은 70%정도가 남자들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남자의 의도와 행동을 전혀 잘못 해석하고 있으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남자의 속을 꿰뚫어본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으로 친근한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C. Chabris and D. Simons)에 따르면, 익숙함이 지식착각을 유발한다고 한다. 즉 익숙함에서 비롯된 단순하고 낙관적인 추측에 지나지 않는데도 우리는 지식착각에 의해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는 것이다.

남녀가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하는 ‘지식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남녀가 끼고 있는 렌즈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조직만이 진정한 승자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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