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장군, 젖을 짜시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14.10.10 14:35

[the300] 우월한 지위, 강한 과시욕의 정치인들 '막말'··· '집단사고'도 한몫

# 미국 남북전쟁 초반 명문가 출신 장교들은 삼류집안 출신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낮잡아 봤다. 북군 주력 포토맥군을 이끌던 조지 매클렌런 장군도 그 중 하나였다. 매클렌런은 링컨에게 좀처럼 전황을 자세히 알리지 않았다. 링컨은 그런 그에게 더 자세히 보고하라고 닦달했다.

기분이 상한 매클렐런은 링컨을 놀리기로 마음 먹었다. 링컨에게 보낸 편지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대통령 각하, 암소 6마리를 포획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링컨의 답장은 이랬다. "장군, 젖을 짜시오(milk them)"

# 그보다 몇년 전인 1858년, 링컨이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갔을 때 일이다. 상대방인 민주당의 스티븐 더글라스 후보는 링컨과 노예제 문제를 놓고 공개 토론을 벌이던 중 링컨을 향해 "두 얼굴을 가진 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링컨은 자신의 약점인 외모를 웃음의 소재로 승화시켰다. "여러분, 제가 두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면 지금 이 얼굴을 하고 다니겠습니까?"

링컨이 오늘날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손 꼽히는 데에는 이처럼 불편한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그만의 '여유'와 '위트'도 한몫한다.

199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맞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던 '밥 돌'(로버트 돌의 애칭)은 자신의 저서 '유머 대통령'에서 "유머가 뛰어난 지도자는 일반적인 기준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최고의 지도자로 평가된다"고 했다.

"능력 없고 하기 싫으면 자리 내놓고 나가라. 한국말 못 알아듣나" "난 정말 문외한이라고 생각했다" "인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규정 있어? 당신들이 마음대로 결정해?"

7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쏟아진 '막말'들이다. 한글날(9일)을 이틀 앞두고 "한글 모르세요?"라는 한글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표현도 나왔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점도 정치인들 사이에서 '막말'이 흔한 이유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막말'을 영웅시하는 '집단 사고'(groupthink) 행태마저 나타난다.

감정은 상호작용을 거치며 상승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더욱 그렇다. '비판'을 주고받다 '비난'이 오가고, 끝내 '모욕'까지 가는 건 시간문제다.

의학적으로는 '분노 호르몬'의 영향이다. '노르아드레날린' 또는 '노르에피네프린'으로 불리는 이 신경전달 물질은 '모욕' 등의 부정적 자극을 받으면 약 15초 뒤까지 폭발적으로 분비된다. 이때부터 분노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약 2분 뒤까지 사람은 강한 '공격성'을 보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처럼 '분노 호르몬'의 노예가 되는 건 아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과 공개석상에서 언쟁을 벌일 때 일이다. 격앙된 트루먼은 급기야 케네디를 향해 '개자식'(son of a bitch)라는 욕설까지 내뱉었다. 하지만 케네디는 웃으며 말했다. "트루먼이 제게 '개자식'이라고 한 데 대해 사과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개자식'인 것에 대해 트루먼에게 사과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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