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한국은 여전히 왜소한 아마추어"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세종=이동우 기자 | 2014.10.10 07:03

[에너지·자원개발, 길을 찾다-②]지분투자 중심에 역량 제자리… 日·中·印 등 경쟁국은 '훨훨'

편집자주 | 대한민국은 에너지·자원 극빈국이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자원의 97%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자 세계 5위의 산업강국이라는 '위명'도 에너지·자원 얘기만 나오면 초라해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자원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 과제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대한민국 에너지·자원의 현실을 냉정히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자원개발은 '블럭쌓기'와 똑같은 구조다. 튼튼한 기초를 다지지 못한다면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성공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탐사 분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영국 런던에서 만난 글로벌 석유·가스 메이저기업의 핵심 관계자가 한국의 해외 에너지·자원개발 정책에 대해 내놓은 조언이다. 그는 "지금 투자를 중단한다면 이전에 쏟아 부은 투자금도 모두 날리는 셈"이라며 "무조건 '안된다'하기보다는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양적 성장'은 이제 됐다는 우리 정부의 해외 에너지·자원개발 정책에 대해 글로벌 메이저기업들의 공통된 시각은 '몸집마저 작은 아마추어'였다. 과거와 같이 자주개발율에 집착한 생산자산에 대한 지분투자는 지양하되, 탐사자산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조원 들여 '씨앗'도 못 뿌렸다=
9일 국회입법조사처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 에너지·자원 공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누적 투자액은 약 28조 원이다.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양적 성장'에 투자할 만큼 했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오히려 과도한 투자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말 우리나라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대형화는 제대로 이뤄진 것일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아니오'다.

이명박정부에서 해외 에너지·자원개발에 12조 원 이상을 투자한 석유공사의 글로벌 석유·가스기업 순위는 70위, 국영기업만 놓고 비교해도 36위에 불과하다. 메이저로 불리는 엑손모빌(3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6위), 쉘(7위), 토탈(10위) 등과 비교하면 10분 1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광물자원공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광물자원공사의 세계광물기업 순위는 77위에 그치고 있다. 세계 1위 기업인 브라질 발레(Vale)와 비교하면 자산은 2.6%, 인력 0.6% 수준에 불과하며, 20위인 옌저우석탄과 비교해도 자산 17.6%, 인력 0.7%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역량 차이는 이보다 더 벌어진다. 실제 28조 원의 투자액은 대부분 생산자산을 인수하는데 쓰였다. 단순한 지분투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조직의 역량 확충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자주개발율에 목 메다보니 탐사자산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어 역량은 후퇴한 부분도 있다.


한 에너지·자원 공기업 임원은 "자원개발이라는 것이 '탐사→평가·시추→생산→사후관리'의 사이클이 선순환해야 하는데 자주개발율에 집착하다보니 '씨앗'에 해당하는 탐사 분야의 투자가 소홀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뿌린 '씨앗'이 없다보니 지금 와서 거둬들일 '수확'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낮잠' 자는 韓, 뛰는 日·中·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우리나라의 해외 에너지·자원개발이 '낮잠'을 자는 동안 경쟁국들은 멀리 달아나고 있다. 경쟁자가 주춤하는 틈을 타 더 채찍질을 가하는 모양새다. 벌어진 차이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4년간(2010년~2013년) 해외 석유·가스 시장에서 1200억 달러를 투입해 매물을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매년 300억 달러씩 투자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석유·가스를 포함한 전체 세계 자원시장에 총 533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 신규투자 1억6000만 달러의 약 333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차관외교를 통해 자원 확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국은 2000년부터 아프리카에 10년 넘게 750억 달러를 원조 중이다. 향후 2년간은 20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현재 아프리카 약 20여개 국가에서 석유·가스를 비롯한 자원 확보에서 어느 국가보다도 앞서나가고 있다.

자원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앞뒤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구애에 광구확보에 매번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앞으로는 기초 산업에 필요한 자원마저도 중국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역시 2030년까지 석유·가스 분야의 자주개발률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통해 세계 시장에 자국 기업의 진출을 돕고 있다. 2011년 일본이 지출한 ODA 자금은 108억 달러로 당시 우리나라의 13억 달러 보다 10배 가량 차이가 난다.

후발주자인 인도와 전통적인 자원강국인 미국 역시 해외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인도의 경우 '에너지안보 종합전략 비전 2025'을 수립, 2025년까지 국내 석유 및 디젤유의 90%를 자력 공급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해외 에너지·자원개발 사업은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뀐다면 큰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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