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낮게 엎드려 침묵하지만 스스로 길의 길을 간다. 길은 어느 날 느닷없이 벌떡 일어서거나 솟구쳐 오르지 않고 다만 간다. 길의 침묵은 정지가 아니다. 길은 길로 끝없이 이어져 있으므로 움직임이다. 희망은 길처럼 온다. 고요한 움직임, 침묵하는 웅변, 그러나 폭발하지 않고 슬며시 옆에 와 있는 것, 그것이 희망이 아닐까. 시인 김정환의 길은 침묵이지만 희망이고, 정지이지만 단절 없는 이어짐이다. 그것이 또한 혁명이기도 하겠다. 그래서 길은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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