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일동안 단식을 했지만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이 서글프죠. 우리도 동력을 잃어버렸지. 이제 단식도 끝났고…."
46일째 지속하던 단식을 중단하고 상태가 많이 호전된 김씨는 이제는 삼시 세끼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한 달 넘게 유가족들을 대신해 단식농성을 이어가는 종교계 지도자들의 손을 부여잡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 김씨는 비어있는 광화문광장을 허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세월호 침몰 직후 진도 팽목항에서부터 이날까지 계속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는 세 아이의 엄마 조미선씨(49)는 "이제는 한국인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세월호 성금 반환운동'을 하고 있는 보수단체, 가끔 와서 '왜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냐'며 분노를 쏟는 시민 등 국민들보다 오히려 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더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씨는 "한 아르헨티나 사람의 경우 자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어머니들이 35년간 투쟁해서 결국 권리를 되찾은 적이 있다며 응원을 해 주고 가더라"며 "지금 서명운동을 받고 있는데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와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가족들이 이 사과를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상황실 관계자는 "아침에 유가족들과 합의해서 새정치민주연합 천막 안에 있던 현수막과 테이블 등을 다 치워버렸다"며 "여당도 밉지만 우리가 야당을 더 미워하게 되는 이 상황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종교계와 문화예술계 관계자들, 세월호 참사를 아파하는 시민들이 이들의 곁을 끝까지 지키고 있다. 낮에는 시민 두 명이 오리털 침낭 6개를 가지고 광화문광장을 찾아와 "가을이 와서 밤에 추우니 이걸 쓰시라"며 전달하고 가기도 했다.
유가족 두세 명과 함께 광화문광장을 매일 지키고 있는 단원고 학생 고 오영석 군의 아버지 오병환(42)씨는 "생업이 있기 때문에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써 주고 계셔서 감사하다"며 "국민들이 모아주는 힘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