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 조율못한 남편, 이혼 책임 있을까?

머니투데이 김정주 기자 | 2014.10.02 05:18

법원 "고부 사이 의견 차 적절하게 조율하지 못하고 아내 일방적 비난…혼인관계 파탄 책임있다"

고부갈등을 적절히 조율하지 못한 남편에게 이혼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결혼 3년 만에 아이를 낳은 A씨(45·여)가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기 시작한 건 큰 딸이 생기고 나서 부터였다. 집 근처에 사는 시어머니는 종종 집으로 찾아와 A씨에게 딸아이의 젖병과 기저귀, 분유 종류까지 챙겨주며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또 흔들의자를 꼭 사야한다고 강요하는가 하면 대출금을 많이 갚지 못했다며 나무라는 등 결혼생활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

A씨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면 시어머니는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며 역정을 냈다. 마음이 상한 A씨는 남편에게 전화로 하소연했지만 돌아온 건 남편의 폭언이었다. 남편은 시어머니의 말만 듣고 자초지종을 묻지 않은 채 오히려 A씨에게 화를 냈다. 심지어 아내가 퇴근하기 전에 딸의 백일잔치를 일방적으로 치르기도 했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낀 A씨는 시댁을 살뜰히 챙길 수 없었다. A씨는 시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입원했을 때 단 한 번도 병문안을 가지 않았고 산에서 요양을 할 때도 전혀 돕지 않았다.

A씨는 시어머니와 껄끄러운 사이를 이어갔고 둘째 아들을 낳은 뒤엔 시어머니의 종용으로 불임수술까지 받았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과의 갈등도 점점 깊어져 몸싸움으로 번졌다.

남편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2012년 1월 집을 나와 친정으로 간 뒤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김용석)는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등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위자료로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시어머니의 의견을 부당한 간섭으로만 여기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고 시부모를 존중하지 않아 B씨와의 갈등을 악화시킨 점 등 A씨에게도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면서도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B씨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가 고부 사이의 의견 차이를 적절하게 조율하지 못하고 A씨를 일방적으로 비난함으로써 갈등을 발생시켰다"며 "의견충돌이나 몸싸움으로 갈등이 더 심화됐음에도 적극적인 개선 노력 대신 A씨의 친정과 왕래를 끊는 등 갈등을 확대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급기야 A씨에게 여러 차례 상해를 가하면서 별거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점 등에 비춰 혼인관계의 파탄을 초래한 주된 책임은 B씨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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